구자열 고려대학교 교우회장

 

  대학언론을 선도해 온 자랑스런 고대신문의 74돌을 35만 교우들과 함께 축하합니다.

  1947년 창간된 한국 최초의 대학신문이니, 고대신문은 우리나라 대학언론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이자 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74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고대신문은 정의롭고 용감한 청년정신으로 대학신문의 정도를 걸어왔습니다. 특히 민주주의가 억압받던 암흑의 시절, 기성 언론이 미처 다하지 못하던 정론직필의 사명까지 수행하며, 대학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를 일깨우는 등불이 되기도 했습니다. 4.19 혁명의 불을 당긴 4.18 고대생 의거도 고대신문의 올곧은 붓끝에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1952년 7월의 필화 사건을 시작으로 권위주의 정부의 탄압이 끊이지 않았지만, 고대신문은 정의를 위한 목소리를 멈추지 않았고 오늘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하는 데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고대신문은 모교에 대한 소중한 추억과 함께 교우들의 가슴 속에 늘 빛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이 균형을 이룬 수준 높은 기사들과 예리한 시각은 재학시절 우리에게 지적 성찰을 위한 풍성한 양분이 되어주었습니다. 또한, 교내 주요 이슈를 비롯해 교수 사회의 동향과 학생문화의 흐름에 대해서도 충실히 기록해 왔습니다. 무엇보다 학생 여론의 대변자로서 학내 구성원들의 소통과 화합에 기여해 왔습니다. 이처럼 고대신문은 지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훌륭한 교재이자 담론의 장이었으며, 대학역사를 기록하는 사관(史官)인 동시에 대학 구성원을 이어주며 고대인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역할도 담당했습니다.

  매주 고대신문이 배포되는 날이면 한 부씩 띠지를 두르고 간단히 안부인사를 적어 타 대학 지인들에게 우편으로 보내곤 했던 정겨운 추억 또한 많은 교우들의 가슴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전국 각지의 대학으로 보내졌던 고대신문은 따뜻한 마음을 이어주는 든든한 끈이자 고대인의 자부심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팬데믹이라는 전지구적 위기 속에 예상치 못했던 고립과 혼란의 시기를 견디고 있습니다. 대학 및 구성원이 서로 교감하며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이때, 고대신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여겨집니다. 지난 74년간 유지해 온 대학언론의 선구자로서의 면모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소통 모델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모든 교우들의 자랑이 된 고대신문을 지금까지 지키고 성장시켜온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욱 큰 발전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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