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희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중앙비상대책위원장

 

  고대생들의 뜨거운 열정을 따스한 햇살과 같은 보도로 담아내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언론인 고대신문의 창간 7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기성언론에 비하여 우리 사회에서 자본과 이익에 휘둘리지 않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학생언론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학내외의 첨예하게 얽힌 문제들을 풀어가고, 아고라의 역할을 하는 고대신문에게 지난 세월간 다양한 유혹과 억압, 쓴소리를 넘은 비난까지도 어려운 길을 걸어왔음을 알고 있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말을 새겨봅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고, 악의 편이 되지 않기 위하여 인고의 세월을 거친 고대신문의 모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고려대학교의 학풍이라 하면, 역시 압제에 저항하는 정의로운 학생군상일 것입니다. 피비린내와 최루탄 냄새로 자욱했던 현대사의 아픔 속에서 의로운 투쟁의 정신을 지닌 고려대학교는 고대신문으로 대표하는 학생언론의 알싸한 잉크 내음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광주학생운동 기념일인 11월 3일, ‘학생의 날’이 창간일이라는 점부터가 고대신문의 근대사 속 의의를 뚜렷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고대신문은 항상 대학사회와 학생사회를 대표하는 정론직필의 대표주자로서 우리의 정신을 잊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격동의 시기가 지났고, 더 이상 인쇄활자가 최신의 소식지가 아니더라도, 고대신문의 역할은 중대합니다. 정보의 흐름 속에서 지나가곤 하는 다양한 우리 학교의 모습들 중 소중하고 가치 있는 모습을 보도로 담아내곤 합니다. 저 역시도 학생사회에 오래 몸담으면서도 알지 못했거나 신경 쓰지 못했던 모습들을 고대신문의 지면에서 발견하곤 하며,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꼈던 기억이 많습니다.

  학생들의 낭만과 추억의 한켠에도 고대신문은 남아있을 것입니다. 약속 시간에 딱 맞추어 도착하기 위해 허겁지겁 뛰어가던 때에 약속 장소 부근에 멋드러지게 앉아 고대신문을 읽고 있던 선배의 여유를 아직 잊지 못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캠퍼스 내의 인적이 드물어졌지만, 그 이전의 기억 속에는 고대신문이 함께합니다. 인터뷰를 했다며 내색하진 않아도 내심 발간일을 기다리던 학우들의 모습, 학내 사건사고의 순간마다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는 기자들의 모습, 이런 추억의 걸음들이 한걸음 한걸음 모여, 우리 마음에도 소복히 쌓여왔습니다.

  청년의 삶도, 학생사회도 중심잡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많은 이들은 이에 대하여 저마다 다양한 원인을 제시합니다. 고대신문 역시 이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단순한 탁상 공허한 물음표를 떠나 학내 곳곳을 누비며 필요한 모든 존재들에게 학우들과의 창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발로 뛰며 문제를 찾고, 학우들 앞에 내보이는 모습이야말로 제가 가장 경애해 못지않는 고대신문의 모습입니다. 저 역시도 학생사회의 다양한 이슈들을 겪으며 힘든 순간마다 항상 고대신문의 존재로 인해 고민의 실마리를 찾고 힘을 받았습니다.

  '혐오의 시대'라 불리는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많은 지금과 같은 때에, 고대신문과 같은 버팀목이 되어주는 언론의 역할은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인식 속에서도, 매체의 변화 속에서도, 고대신문은 흘러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잊혀지고 뒤쳐지는 언론이 아닌, 적응을 넘어 앞서가는 미래의 언론으로서의 변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언론으로 다시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고대신문의 창간 74주년을 축하드리며, 74주년을 넘어 740주년, 그 이상으로 날아가는 언론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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