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로 캠퍼스의 정적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지금의 캠퍼스는 각자가 겪은 캠퍼스의 경험이 다르다. 저학년 학교생활을 코로나 없이 보낸 18학번 이상, 새내기 생활을 코로나 없이 보냈지만 1학년 이후 비대면으로 학교생활을 더 오래 했던 19학번, 입학 직후 사회 전체가 처음으로 맞이한 코로나19의 여파로 무기한 연기된 새내기 생활을 보내고 2학년 2학기가 돼서야 대면 수업을 시작한 20학번, 그리고 캠퍼스가 1년 간의 ‘멈춤’에 적응할 무렵 캠퍼스에 발을 디딘 21학번이 있다.

  이것이 고대문화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으나 응원오티, 대동제, 고연전 등 고대생이라면 세대를 초월해 당연하게 누렸을 경험의 공유, 그것이 고려대를 ‘고대답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당장 네 학번 차이인 20학번과 16학번은 서로 겪은 경험의 격차가 크다. 지난 5월, 본지는 개교기념호를 맞이하며 ‘고대다움’의 실체를 탐색하는 취재를 진행했다. 본교 여러 구성원에게 마음 속 ‘고대다움’의 정체를 물었을 때, 이들은 시대를 초월해 경험한 고대문화를 떠올렸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다시 고대문화를 세울 수 있을까.

  코로나19 이전 고려대의 문화를 온전히 기억하는 이들이 캠퍼스를 떠나기 시작했다. 단과대와 학과 학생회는 대부분 코로나 이전의 학교생활 경험이 없던 학번들로 구성됐다. 고대문화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새내기새로배움터, 응원오티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 이제 행사를 주최해야 한다. ‘잃어버린 2년’을 복구하기 위해선 아직 코로나 이전의 고려대를 기억하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지금이 '잃어버린 2년'을 복구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물론 새로운 경험을 했던 새로운 세대가 가져올 혁신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간직하고 싶은 문화를 지킬 새도 없이 잃는 것은 코로나가 가져올 가장 큰 불행이다.

  11월, 입시 철이다. 부푼 꿈을 안고 고대인이 될 22학번을 맞이할 때가 됐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멈춤의 폭풍이 지나간 후, 22학번 신입생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지는 지금, 이 순간에 달렸다. '고대다움'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다면, 지금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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