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극복’ · ‘공약 구체화’, 버팀돌 앞에 놓인 걸림돌
‘무관심 극복’ · ‘공약 구체화’, 버팀돌 앞에 놓인 걸림돌
  • 류요셉·이시은 기자
  • 승인 2021.11.2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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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대 서울총학생회장단 4차 재선거 공약 분석

22일부터 3일간 투표 진행

실현 가능성 낮은 공약도

“시너지 과오 반복 않겠다”

 

19일 4·18기념관 대극장에서 열린 후보자 공청회에서 두 후보가 학내 언론사 질문에 답하고 있다.

 

  단독 출마한 선거운동본부 '버팀돌'(정후보=이규상)을 놓고 진행될 제52대 서울총학생회장단 4차 재선거의 막이 올랐다. 투표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정회원 3분의 1(33.3%) 이상의 투표가 있어야 정족수가 채워지며, 그 중 과반의 찬성표를 받아야 당선이 확정된다. '버팀돌'은 민주광장과 노벨광장에서 공개발언을 진행하며 리플렛을 배부하는 등 활발한 오프라인 유세를 펼쳤다. 이번 선거를 통해 대면 활동 확대가 전망되는 향후 1년의 학생사회 방향성이 결정된다.

 

  고대문화 계승에 집중

  실무 경험 강점으로 내세워

  고려대의 ‘버팀돌’이 되겠다는 기조에 충실한 공약들은 주목해봄직하다. 코로나로 인한 고대문화 단절을 해결하기 위한 공약이 대표적이다. 20·21·22학번 학생들을 위해 각 단위의 학생회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거나, 대표자들이 모인 채팅방에서 상시 질의를 받겠다는 약속은 학생문화의 계승이 어려워진 현 상황을 고려한 공약이다. 총학생회 및 중앙집행위원회의 업무일지를 작성하고 후대 학생회의 참고자료가 되도록 ‘학생사회의 기억들을 쌓아나가겠다’는 공약 또한 차기 학생사회의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규상(보과대 보건환경16) 정후보는 19일 열린 공청회에서 “내년의 총학생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면서 “과거의 유산을 후배 학우들에게 성공적으로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권기유(문과대 사회20) 씨는 “과 학생회 선거에 입후보한 20학번으로서, 후배들에게 실무 경험을 전하려는 시도가 반갑다”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이라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교육권 관련 주요 공약으로 언급된 ‘드롭 제도 재도입’은 학생들의 수요가 높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측의 입장이나 공약 추진과정을 미리 파악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규상 정후보는 “2018년 50대 총학 'ABLE(에이블)'의 드롭 제도 추진과정에서 4000명이 넘는 학우의 동의 서명이 있었다”며 “당시 학교 측도 이를 전달받았고 학생들의 높은 수요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수강희망과목등록제 도입에 따른 교원 인력 부족’을 이유로 추진이 미뤄졌지만, 다시 실무에 착수해 드롭 제도만큼은 꼭 이뤄낼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현 가능성 낮은 공약이지만

  “학생사회 방향 제시한 것”

  '버팀돌'은 교원윤리규정 개정을 통해 교원의 징계 수위를 현실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현 교원윤리규정에는 ‘3개월 정직’과 ‘해임’ 사이의 징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버팀돌은 6·9·12개월 정직을 징계 수위에 추가해 처벌규정을 다양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인권 분야에선 전 건물 엘리베이터 설치로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공청회에서 학내 언론사들은 공약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립학교법에 명시된 최대 정직 처분 기간은 3개월이기 때문이다. 전 건물 엘리베이터 설치 역시 임기 내에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후보자는 이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공약을 내건 이유는 “학생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규상 정후보는 “학생회는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학교에 전달하는 역할”이라면서 “실현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야 할 주체는 본래 학교”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공약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투표권을 행사한다. 최진이(문과대 철학20) 씨는 “공약은 지키겠다고 내는 것이고 학생사회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당선 후에 해야 할 일”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으로 학생사회 담론을 형성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공청회 생중계 스트리밍엔 “학교에 요구만 전달하는 것이 학생회의 진정한 역할이냐”는 실시간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학생회의 역할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나왔던 공약,

  “학생들 수요는 여전해”

  '버팀돌'의 공약들은 대부분 과거 학생사회에 기반을 두고 있다. 특히 후보자들은 연대 관련 공약으로 △4·18 구국대장정 활성화 △5·18 광주 역사기행 진행 및 다른 대학과의 연대 △농민학생연대활동의 회복 등을 내걸었다. 이들 공약은 모두 ‘학생사회 재건’이라는 기조와 긴밀히 닿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을 거친 현시점에서, 새로운 방향의 제시보다는 과거의 회복에 머무른 내용이 주를 이뤘다.

  또 과거에 이미 나온 공약들을 반복해서 제시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51대 총학 'SYNERGY(시너지)'에서 내건 △룸메이트 매칭제도 △기숙사비 분할 납부 △학내 노동자와의 연대 △등록금 심의위원회 구조 개편과 50대 총학 'ABLE'에서 시도한 △학생식당 비건 메뉴 추가 △교원윤리규정 개정 △화장실 몰래카메라 전수조사 정례화 등이 그 사례다.

  이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은 확고했다. 후보자들은 공청회에서 “뻔한 공약이 많아 보인다”는 여론을 인식하고 있지만, 과거에 기반한 공약이라고 해서 학생들의 수요가 사그라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규상 정후보는 전대 총학들을 거치며 학교와 지속적으로 논의가 진행된 공약을 ‘점점 끓어 오르는 냄비’에 비유했다. 그는 “80도짜리 냄비만 새로 양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미 달궈진 냄비를 100도에 다다르게 하는 총학이 되겠다”고 밝혔다.

 

  일부 공약, 학교서 이미 진행 중

  '버팀돌'은 문화복지 차원에서 SK미래관 개방시간 연장을 공약했다. SK미래관 개방시간 연장은 학교 측에서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다. 교양교육원 관계자는 “정부의 위드코로나 선언과 함께 개방시간 연장을 계획하고 있다”며 “캐럴 역시 공간 환기 시간을 단축해 이용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공약으로 제시된 △고대인클래스 시스템 개선 △인권성평등센터 상담사 인력 확충 △재학· 졸업 증명서를 포함한 증명서 발급 무료화 등이 학교 측에서 이미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사업이다.

  이규상 정후보는 “정책자료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교가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진행 중인 사업이 많은 것은 호재”라고 밝혔다. 이어 “학생회는 최선의 사업 추진 방향을 학교와 함께 고민할 것이며, 사업 진행 과정에서 학교와 학생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진행 상황이 파악된 사업은 무엇인지, 그러한 사업을 학생회로서 어떻게 보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뒤따르지 않았다.

 

  ‘시너지 의혹’에

  “의심의 눈초리 이어가 달라”

  공청회의 최종발언에서 전대 총학 'SYNERGY'의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이홍민(문과대 사회17) 부후보의 발언을 들을 수 있었다. 전대 총학은 공약 미이행, 소통 미흡 등을 이유로 비판받아 왔다. '버팀돌'의 후보자들은 당시 'SYNERGY'의 선거운동본부 소속이었다는 점에서 우려 섞인 시선을 받은 바 있다. 이홍민 부후보는 “학우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한 총학이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시라 말하지 않겠다”며 “저희가 실패한 전대 총학처럼 되지 않도록 걱정해 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글│류요셉·이시은 기자 press@

사진│강동우·김예락 기자 press@

인포그래픽│유보민 기자 e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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