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은 코로 세상을 보는 방법이다. 코끝을 스치는 냄새는 순간의 인상을 남긴다. 기억 속의 냄새는 다른 감각들을 일깨우고, 그렇게 지나쳐버린 순간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캠퍼스 주변에는 다양한 냄새가 있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된 지금, 후각으로 온전히 느낄 수 없게 된 캠퍼스를 지면으로 옮겨왔다. 11월의 어느 날, 캠퍼스를 거니는 새내기 김고신 씨를 따라 캠퍼스에 퍼진 냄새를 쫓았다. 

 

(1) 안암역 3번 출구로 나오면

   21학번 김고신 씨는 학교에서 기말고사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주말을 본가에서 보낸 후 아침 일찍 출발해 지하철을 타고 안암역에서 내렸다. 3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호두과자 냄새. 발걸음을 잡아끄는 냄새에 눈길을 주다 지나쳐 간다. 

 

(2) 과학도서관 1층

  시험 기간의 과학도서관은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학생으로 가득하다. 자리 곁에 놓인 커피 냄새, 서고를 가득 채운 책 냄새, 오고 가는 사람들 외투에 묻은 찬 바람 냄새가 섞여 난다. 과학도서관의 엄숙함에 한껏 숨을 들이쉬고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3) SK미래관 옆길을 지나서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SK미래관으로 향한다. 동굴 같은 SK미래관 옆길은 소설 ‘해리포터’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 돌기둥 사이로 들어오는 습습하고 선선한 바람이 가을 풀잎 냄새를 코끝에 전한다. 신비로운 이 길의 분위기와 산뜻한 냄새에 기분이 좋아진다. 뭘 해도 설레는 시절이기 때문일까. 김고신 씨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즐겁다. 

 

(4) 중앙광장 잔디밭

  탁 트인 잔디밭이 펼쳐진 중앙광장으로 잠시 산책을 나왔다. 여름날 푸르던 잔디는 가을이 되면서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싱그럽고 촉촉하던 잔디는 겨울을 앞두고 말라가는 중이다. 이젠 사뭇 씁쓸한 냄새를 풍기는 중앙 광장의 잔디를 느끼며 김고신 씨는 발걸음을 옮긴다.

 

(5) 안암오거리

  안암오거리에서는 항상 밥 냄새가 피어오른다. 가게마다 피어오르는 구수한 냄새에 학생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안암오거리에서 얻은 밥심은 오늘 하루 시험공부의 원동력이 될 테다. 김고신 씨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밥집으로 향한다.

 

(6) 한잔의 추억

  “‘한추(한잔의 추억)’로 와, 여기 다 있어!” 김고신 씨는 친구의 부름에 펼쳐 놓았던 책과 노트북을 정리하고 참살이길로 향한다. 입구부터 퍼지는 찌개 냄새. 자리에 앉자마자 나오는 주먹밥과 계란찜은 입맛을 돌게 한다. 부드러운 계란찜을 크게 한 술 떠 빈속을 달래본다. 계란찜은 공부에 지친 학생들의 술친구가 돼 준다.

 

        

(7) 기숙사 가는 길

  친구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다 보니 밤을 새웠다. 김고신 씨는 기숙사로 돌아간다. 오르막길은 늘 버겁지만, 오늘따라 진한 새벽 공기의 나무 냄새에 눈을 감고 몰입해 본다. 걸음을 옮기다 보니 금방 입구가 보인다. 오늘은 열심히 공부하려고 했는데, 논 시간이 더 길어져 버렸다. 이만 자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험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한다.

 

글・사진 | 강동우·김예락·문도경·최혜정 기자 press@

일러스트 | 조은결 전문기자

 

감사합니다
신교희(경영대 경영21), 신수빈(경영대 경영21), 양민경(간호대 간호21), 윤민서(정보대 데이터과학21), 차민성 (공과대 산업경영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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