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유기동물 입양센터

유기견과 친밀감 쌓는 공간

12월까지만 한시 운영돼

 

 

발라당의 '와리'는 손님이 찾아오면 반갑게 달려든다.

 

  안암역에서 10분만 걸어가면 유기동물 입양센터를 만날 수 있다. 제기동의 유기견 입양 카페 발라당이다. 발라당은 서울시와 시민단체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동행)’이 조성한 서울시 첫 유기동물 입양 카페다. 도심 내 유기동물 입양 시설을 마련해 시민과 유기동물 사이의 접점을 늘리고자 기획한 사업이다. 휴업 중이던 애견 카페를 빌려 지난 4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물지 않으니 천천히 들어오세요.” 발라당에는 10여 마리의 개들이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안락사 대상인 유기견이 동행에 구조돼 이곳으로 온 것이다. 서울시에서 구조된 유기동물들은 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임시보호하는 10일간의 계류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 대상 동물이 된다. 발라당은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을 구조해 필요한 수술과 치료를 진행한 후 입양 카페로 데려온다. 발라당에 들어서면 바닥에 자리 잡은 개집과 울타리, 배변 패드, 장난감 등이 눈에 들어온다. 주방 쪽에는 각종 소독제와 음식이 준비돼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폴라로이드 사진은 애견 카페로 운영되던 시절 손님들의 흔적이다. 현재 발라당을 운영하는 고은채 사장은 최근에는 대부분 입양 상담을 하러 찾아온다개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반려견과 함께 이곳을 찾으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동행'은 2013년 결성된 이후 유기동물의 구조와 입양에 힘쓰고 있다.

 

  발라당의 루미가 입양 가는 날, 새로운 가족이 곧 루미를 데리러 올 것이라는 전화에 발라당은 루미를 떠나보낼 준비로 분주했다. 고은채 사장은 입양 문의가 자주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발라당공식 SNS에 입양 안내를 하면, 하루가 다 지나기도 전에 문의가 오는 경우가 많다. 입양 문의를 한 이들은 발라당에 방문해 개들을 여러 번 만나보고, 입양 상담을 진행한다. 동행 측은 입양 신청서를 받은 이후에도 가정의 입양 준비 상태를 꾸준히 확인한다. 최미금 동행 이사는 루미는 이전에 다른 가정으로 입양을 갔다가 한 달 전에 발라당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에 변화가 생겼다는 이유로 파양된 것이라며 유기견을 입양할 때는 정말로 새로운 가족이라는 책임감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라당은 유기견의 구조와 입양을 담당하고 매주 셋째 주 토요일 매세토행사를 진행해 시민들이 유기견과 친밀감을 쌓을 시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기존에는 공원을 대여해 시민들과 함께 바자회를 열고, 개들과 산책을 하는 등 대규모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10월에는 출판사아미북스와의 협업으로 암 환우들을 위한 발라당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미금 이사는 평소에 SNS로 발라당의 아이들을 지켜보던 분들이 주로 행사에 참여한다행사 당일에는 개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도록 열려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부분의 행사는 카페에서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제기동에 위치한 발라당 입양 카페는 올해 12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시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발라당은 올해 12월까지만 만나볼 수 있다. 발라당 운영이 종료된 이후에 이 공간은 다시 애견 카페로 돌아간다. 최미금 이사는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사업을 이어나갈 능력이 없어서 아쉽다발라당이 앞으로 도심 속 유기동물 입양센터 도입의 발판이자 성공적 사례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 엄선영 기자 select@  
사진 | 문도경 기자 do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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