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 대니얼 디포

 

  우리 인생살이에서 될수록 피하려 하고 가장 두려워하며 겪기 싫어하는 무언가가 오히려 구원받을 수 있는 수단이나 관문이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관찰 말이다. p.222

  나는 재앙에 대한 걱정이 재앙 자체보다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225

 

  자신의 뚜렷한 꿈과 신념을 위해 다른 이의 충고와 경고에 연연하지 않고 모험을 강행한 주인공, 로빈슨 크루소가 항해를 시작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좋게 말해 꿈, 신념이라고 했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로빈슨 크루소의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호소에도 몰래 항해를 떠난 억지와 고집이라 조명될 수 있다. 크루소의 귀향을 기다리는 부모님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간 부모가 가진 고통의 나날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나 역시, 크루소처럼 항해를 떠나겠다.

 

  무엇을 실물로 보거나 상상의 힘으로 어떤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때 인간의 감정에는 비밀스럽게 작동하는 샘이 있어, 그것이 인간의 영혼을 흔들어 그것을 갖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일으킨다. p.229

 

  크루소가 처음부터 고집을 부린 것은 아니다. 그는 부모의 말씀에 따라 몇 년을 마을에서 안전하게 지냈다. 그럼에도 가슴 깊숙이 존재한, 끊임없이 바다로 나가고자 하는 욕망이 우발적 모험을 강행시켰다. 크루소는 당시를 회고하며 ‘엄청난 실수’로 표현을 하지만 나는 마을에서 결혼하여 안전하게 살았던들 그것이 최대의 실수가 되었을 것이라 말하겠다. 다시 말해 크루소와 같은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을 존중한다.

  한편의 모험기는 도전정신만을 담지 않았다. 프라이데이와의 관계를 통해 대화하며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대변하기도 하고, 다양한 천재지변과 외로움과 동반하며 살아가는 크루소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원시적 내면, 약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홀로 있어도 내면의 질서체계를 정립하고 자신을 교화하는 모습은 어쩌면 내적 생존을 위한 ‘선’의 몸부림과 같다.

  더욱이 크루소가 생존해오면서 느낀 감정들과 기록들이 인간이 가진 원시적 면모와 본질적 내면을 잘 표현했다. 한 다큐멘터리는 대항해 시절, 콜럼버스와 같은 항해사는 오늘날의 벤처, 창업자, 혁신가와 동일시하였는데, 항해 무역의 고동이 울리고 식민지개척이 이루어지던 시대 속에서 로빈슨 크루소라는 당시 시대정신이 오늘날에도 다른 형태로 이어진다는 것은 무척 이나 반가운 일이다. 한 편의 만화책처럼 읽혀지는 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다양한 내면과 시대정신을 내포하고 있다.

 

신예진(미디어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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