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의 2022년 화두로 여러 게임사들이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주제는 이른바 ‘P2E’라는 개념이다. ‘Play To Earn’의 약자인 P2E는 놀이로서의 게임플레이가 그 결과물로 일정한 현실의 재화를 제공한다는, 간단히 말하자면 놀면서 돈 벌 수 있다는 개념이다.

  놀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꿈같은 이야기다. 세상 누가 즐겁게 놀면 돈이 들어온다는 것을 마다하겠는가? 그러나 꿈같은 이야기는 동시에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무언가라는 의미를 함께 품는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 P2E라는 개념이 성립 가능한지부터가 의문의 시작이다.

  사회학자 하위징아는 놀이를 인간 본성의 하나로 정의하며, 그 본질을 가리켜 다른 어떤 실제적인 이익을 향하는 목적이 없는 행위로 규정한다. 먹거리를 구하거나 도구를 만들거나 이윤을 위해 물건을 거래하는 등의 실질적 이익을 향하지 않는, 오직 즐거움 그 자체를 향하는 경우가 놀이다. 만약 어떤 행위가 실질적인 이득을 발생시킨다면 그것은 놀이의 영역을 벗어난다. 우리는 이 행위를 이른바 노동, labor이라고 부르고 있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자본주의의 등장 이전부터 존재해 온 노동은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키며 자신의 실존을 재생산하는 행위다. 자본주의 시대에 이르러 노동은 좀 더 좁은 개념, 다시 말해 이윤을 생산하고 축적하는 행위로 의미 지어졌다. 따라서 놀이와 노동은 사실상 반의어에 가까운 개념으로 얽힌다. 아주 단순하게 정리한다면 인간의 행위가 오직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놀이이고, 그렇지 않다면 노동인 것이다.

  P2E는 상호배타적 개념인 놀이와 노동을 동시에 묶은 단어인데, 실제로 놀이로 분류될 게임 플레이가 어떤 현실적 가치로서의 보상을 제공한다면 이는 노동이 될 수밖에 없다. 게임계에서 일컬어지는 이른바 쌀먹이라는 말이 이를 보충한다. 온라인게임에서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획득하고 이를 현금으로 팔아 수익을 얻는 이들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 쌀먹인데, 게임을 즐기기 위한 플레이가 아니라 그 부산물인 아이템을 현금으로 교환하는 행위를 우리는 플레이로 부르지 않는다. 오토마우스 등을 동원해 게임 아이템을 계속 생산해 내고 이를 현금으로 판매하는 일을 대규모로 수행하는 곳을 우리는 멀티플레이가 아닌 작업장이라는 용어로 부르고 있음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게임에서도 그 결과물이 현금으로 치환 가능한 가치가 된다면, 그것은 그 순간부터 노동이 되고 만다.

  P2E라는 말은 그래서 사실상 놀이로서의 게임공간을 새로운 수익창출의 공간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도가 포함된 말이다. 이 세계 안에서의 게임 플레이어는 더 이상 플레이어가 아닌, 새로운 가치로 교환 가능한 가상의 재화를 생산하는 노동자가 된다. 그렇기에 게임을 만들던 회사들이 선언하는 P2E로의 전환은 성공할 경우 고유한 놀이공간으로 성장하며 자리 잡아온 놀이공간까지도 이윤의 굴레 안으로 편입하려는 흐름이다. 이른바 플랫폼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인간의 행위 전반을 이윤의 연속 안에 포함시키는 거대한 트렌드와 동떨어지지 않는 무엇으로 P2E를 이해할 수 있다.

  디지털게임은 방대한 계산이라는 노동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 도구로 개발된 컴퓨터를 놀이라는 전혀 다른 용도로 전용하면서 탄생한 매체였다. 노동을 위해서만 사용돼야 했을 자원을 엉뚱하고 기발하게 놀이용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인간의 재기발랄함은 모든 것을 수익과 이윤의 틀 안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자본의 변화 앞에 다시금 위기를 맞았다. P2E라는 2022년 게임계를 뒤덮은 이 구호는 그래서 한편으로는 디지털 놀이의 종말을 선언하는 슬로건으로도 읽힌다.

 

이경혁 게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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