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학기의 휴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간다. 학교를 쉬는 데 그리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대학 와서 휴학 한 번쯤은 해야 하지 않겠나’하는 마음 반, ‘이렇게 계획 없이 살다가는 큰일 나겠다’하는 마음 반이었다. 내 목표는 오직 하나, 앞으로 나의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정하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계획하는 걸 싫어했다. 예상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기분만 나빠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시험기간에도 여행 갈 때도 마음 가는 대로 했다. 대입이나 진로 또한 충동적으로 결정했다. 계획 없이 행동해도 나름 괜찮은 결과를 얻어왔기에 별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대학 입학 후,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랬더니 무계획은 무행동으로 이어졌다. 점점 무기력해졌고,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불안감을 느꼈다.

  여유로웠던 한 학기를 보낸 후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인생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 고요 속에 가만히 앉아 고민할수록 미래는 불투명해져 갔다. 게다가 고민하는 시간보단 유튜브가 더 재밌었고, 진로보단 넷플릭스가 더 흥미로웠다. 그렇게 잉여 생활을 하다가 취재를 위해 대성리 엠티촌을 찾았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엠티촌의 모습을 살피기 위해 펜션 사장들을 취재했다. 그러던 중 한 사장님의 이력이 독특했다. 그분은 학창시절에 유도선수였는데 ‘범죄와의 전쟁’ 당시 형사로 스카우트됐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은퇴했다. 이후 식당을 차렸고, 지금은 대성리에서 펜션을 운영 중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고민이던 진로 이야기를 하자 펜션 사장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 많은 직업 중에 계획한 것은 하나도 없다. 뭐가 될지 모른다는 건 뭐든 될 수 있다는 거니까 고민하느라 멈춰있는 것보다는 계속 가는 게 낫다.” 말 한마디에 묵혀온 불안감이 사라졌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큰 울림을 줬다.

  어찌 보면 별 수확이 없이 내 휴학은 끝났다. 흔한 자격증 하나 따지 못했다. 그래도 휴학은 휴(休)학이니까! 앞으로 열심히 달리기 위한 추진력을 얻었다. 복학해서 열심히 살다 보면 내 가능성에 방향키가 생길 것이라 믿는다.  

 

유승하 대학부장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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