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덕원 연구원· 대학교육연구소

  지난 1020대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역대 대선 최소 득표 차로 당선될 만큼 민심이 양분돼 경제 활성화와 정치개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더욱 무거워 보인다.

  새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교육의 질적 발전과 교육환경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여기에 학령인구 감소로 미충원이 심화하는 등 구조조정 압박 또한 크다. 특히 수도권 집중과 대학 서열화 등으로 지방대와 전문대는 폐교 위기에 내몰리고 있어 고등교육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고등교육 관련해 무엇보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정원감축 정책이 시급하다. 전체 대학 정원감축을 기조로 중장기 정원정책을 마련해 수도권과 지방의 대학이 동반 성장할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지방대는 미충원으로 인한 위기를 벗어나 지역인재 양성의 기반을 세우고, 수도권 대학도 적정 규모화를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방대 육성방안이 필요하다. 지방대 위기는 지역경제 위축 및 일자리 감소로, 이어 인구감소로 이어져 지방 소멸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소폭 예산 증액이나 몇 개의 재정지원 사업으로는 지방대를 육성하기 어렵다.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연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방대학 육성정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립대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정부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고등교육을 민간에 위임했고, 사립대는 등록금 중심의 학교 운영으로 고액 등록금 문제를 초래했다. 국민이 부담하기에 한계에 달한 등록금과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등록금 중심의 사립대학 운영은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확대해 지금의 사립대학을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계적으로 정부 지원 비율을 50%로 확대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이들 개혁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 확대가 필수다. 우리나라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했지만, 정부 부담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OECD 평균보다 낮다. 고등교육단계 연간 학생 1인당 공교육비 또한 OECD 평균의 66% 수준에 불과하다. 안정적인 재원확보와 지속 가능한 재정지원을 위해 고등교육재정 교부금법등의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크다.

  우선,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정원감축정책이 없다. 오히려 디지털 인재양성을 위한 관련 학과 확대, 반도체·컴퓨터공학과 정원확대 등 정원확대 공약이 눈에 띈다. 4차 산업혁명 대비 인재양성은 필요하나 대학 내에서 조정 가능한 일이다. 학령인구 감소 시기 정원확대는 수도권 집중을 확대할 뿐이다.

  일부 부실대학과 한계대학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공약도 마찬가지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나 최소한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고 공존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자산을 축적하고 부정·비리를 일삼아온 일부 사립대학 운영자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지방대 육성 공약으로 지역 R&D 및 혁신 지원을 위해 GBK(Glocal Brain Korea) 사업을 신설 지방거점대학()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국가균형발전과 연계한 범정부 차원의 계획이라고 보기 어렵다.

  고액 등록금 문제 해결과 사립대 개혁 관련 공약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국가장학금은 2012년 도입 이후 꾸준한 예산확대와 제도 개선을 진행했지만, 소득분위 산정의 공정성·객관성 논란과 학생 개인에게 지급되는 제도적 한계로 막대한 정부예산 투입에도 대학의 공공성 확대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사학개혁이 문재인 정부 고등교육 정책 중 주요한 성과이지만 여전히 사립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은 상황을 고려하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지속적인 사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물론 공약만으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꾸려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대학에 대한 변화요구와 위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미래 사회를 대비한 고등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