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 할아버지들의 재능 기부

연간 1만 개 이상 장난감 수리

“힘 닿을 때까지 봉사 이어갈 것”

 

강영삼 대표는 “장난감은 아이들의 친구예요. 친구가 병이 났다고 버릴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하루는 장난감으로 가득 차있다.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손에는 늘 장난감을 쥐고 있다. 아이들과 장난감의 추억이 길어질수록, 장난감은 닳고 낡기 마련이다. 이런 아이들의 추억을 지켜주는 곳이 있다.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뚝딱! 장난감 수리 연구소는 아이들의 고장난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는 비영리 사회봉사단체이자 사회적 기업이다. 뚝딱장난감은 2015115일 네이버 온라인 카페에서 시작해 20205월에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뚝딱장난감의 연구원들은 8년째 아이들을 위한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그들은 후배 양성 등을 통해 장난감 봉사활동의 선순환을 이어가고자 한다. “장난감은 아이들의 친구예요. 친구가 병이 났다고 버릴 수 있겠어요?” 강영삼 뚝딱장난감 대표를 만나 아이들의 추억을 선명히 고치는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장난감 무료 수리로 연 인생 2

 

‘뚝딱장난감’ 연구원들은 수리를 통해 장난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뚝딱 박사’다.

 

  강영삼 대표와 뚝딱장난감 수리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인천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었다. 학교, 해군, 공기업 등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다 정년퇴임 후 모인 그들은 사회를 위해 어떤 봉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때 생각한 것이 무료 장난감 수리였다. “장난감 가격이 만만치 않은 데 반해 그에 맞는 수리 서비스가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느꼈어요. 간단한 고장인데도 수리를 못 해 버려지는 장난감을 보니, 비용 문제뿐만 아니라 쓰레기로 인한 환경 문제도 발생하는 점도 신경 쓰였죠.” 강 대표는 아이들의 친구인 장난감을 고쳐서 되찾아 주고, 부모들의 경제적, 물리적 수고를 덜어주겠다는 일념 아래 뚝딱! 장난감 수리 연구소를 설립했다. 장난감 수리를 계속해서 연구한다는 의미로 수리 연구소라 이름 지었으며 구성원도 자연스레 연구원이 됐다.

  초반엔 인터넷 카페에서 장난감 수리 의뢰를 받기 시작하다 점점 실적을 쌓으며 2016년 비영리 민간단체로, 2020년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설립 초기에는 장난감 수리 의뢰가 적어 모든 수리 비용을 사비로 충당했다. 이후 점점 의뢰 물량이 많아져 연간 1만 개 이상의 장난감을 수리하고 있다. 현재는 육아종합지원센터와 지자체, 장난감 수입업체 등으로부터 의뢰받은 장난감을 유상 수리하거나 출장수리 행사도 진행하며 재정 부담을 덜고 있다. 강영삼 대표는 무료 수리에 감사하는 마음이 담긴 소정의 후원금이 꾸준히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뚝딱고치는 기술로 재능 기부

  뚝딱장난감의 연구원들 대다수는 과학고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연구원들 대부분이 기초적인 전기전자 지식이 있었죠. 연구원들의 기술을 활용해 재능기부 형태로 아이들의 장난감을 고쳐주기로 결심했어요.” 그렇게 그들은 장난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뚝딱 박사가 됐다.

  뚝딱이란 단어는 일을 거침없이 손쉽게 해치우는 모양을 뜻한다. ‘뚝딱장난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뚝딱장난감은 수리 성공률 90% 이상을 자랑한다. 강영삼 대표는 장난감 수리는 숙련을 요구하는 작업인 만큼, 초반엔 시행착오도 있었다고 전했다. “같은 제품들을 반복해서 고치다 보니, 수리 방법을 자연스럽게 외울 수밖에 없어서 이제는 손쉽게 수리하죠. 일이 익숙하지 않은 초반엔 시행착오도 있었습니다. 수리하려고 장난감을 분해하다가 다 부서져 버려서, 새로운 장난감으로 교체해드린 경우도 있었죠.”

  모든 장난감을 뚝딱 고쳐주는 연구소지만, 까다로운 장난감도 있기 마련이다. 변신 로봇, 바느질이 필요한 봉제 인형, 방수처리된 물놀이 도구 등의 장난감 수리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요즘엔 장난감도 종류가 다양해져서 끊임없이 배우고 있어요. 수리 중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연구원들 모두 머리를 맞대어 수리하곤 하죠. 모르는 부분을 함께 상의하고 합작해서 완성했을 때 보람이 커요.”

 

  고장난 영유아 장난감집합소

  이용객들은 수리 의뢰서를 적어 뚝딱장난감으로 고장이 난 장난감을 배송한다. 뚝딱장난감 연구소 한쪽엔 항상 전국에서 온 장난감 택배가 쌓여 있다. 뚝딱장난감은 영유아들의 장난감 수리를 전담하기에, 주요 고객은 5세 미만 육아를 돌보는 부모님들이다. 이러한 이유로 뚝딱장난감엔 특별한 예외가 있다. 연구소로 도착한 장난감들은 의뢰 순서대로 고치는 것이 기본이지만, ‘국민 장난감으로 불리는 타이니러브 모빌은 항상 우선적으로 수리한다고 강 대표는 말한다. “신생아들이 흔히 사용하는 타이니러브 모빌은 가장 많이 수리 요청이 오는 장난감 중 하나입니다. 수리를 맡긴 부모님들 모두 이 장난감이 고장나면 아이들이 울음을 그치지 않아 다른 일을 못 한다고 당부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해당 장난감의 수리 요청이 오면 되도록 우선적으로 고친 후 보내드리곤 합니다.”

  장난감 수리는 연구소 내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뚝딱장난감은 출장 수리도 진행한다. 연구원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장난감을 대여해주는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장난감 대여소로 출장을 가서 무료 수리 활동을 진행한다. 그들은 고장난 장난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는 뚝딱 박사들이다.

 

  평균 나이 68세의 끝없는 열정

  장난감을 고치는 일은 아이와 부모뿐만 아니라 뚝딱장난감의 연구원들에게도 소중한 추억을 선사한다. 강영삼 대표는 수리했던 모든 장난감이 기억에 남는다고쳐준 장난감을 잘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과 덕분에 한숨 돌린다는 부모님들 후기를 보면 뿌듯하고 보람차다고 전했다. 장난감 수리 이후 많은 방문객들의 후기가 돌아왔지만, 최근 한 할머니의 손편지가 강영삼 대표를 감동시켰다. “제가 글씨를 잘 못 씁니다. 장난감을 무료로 수리해주니 감사해서 눈물이 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손편지엔 손주의 장난감을 고쳐준 뚝딱장난감에 대한 할머니의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어느덧 뚝딱장난감 연구원들의 평균 나이는 68세다. 오랜 기간 장난감 수리를 한 강 대표는 길을 지나가다 수리점만 봐도 저 부품을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떠올린다. “장난감을 고치는 일이 환경에도 좋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도 힘을 보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힘닿을 때까지 뚝딱 장난감을 이어가고 싶더라고요. 수리된 장난감을 보고 기뻐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신나기도 합니다. 앞으로 후배 양성도 하며 장난감 봉사활동의 선순환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글 | 윤혜정 기자 samsara@
사진 | 문원준 기자 mondli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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