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중심의 학습 방식 타파

규제 넘어 발전할 수 있어야

“대학 사회 분과제 극복하길"

 

 

마동훈 교수는 “이상(理想)한 대학을 통해 초일류 대학의 길이 무엇일까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초일류 대학을 위한 ‘이상(理想)한 대학 포럼’이 지난달 31일 본교 서울캠퍼스 중앙광장 CCL 이벤트홀에서 열렸다. 김도연 전 포항공대 총장과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두 전 총장은 “대학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대학 발전 방향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포럼은 마동훈(미디어학부) 교수의 발제 ‘초일류 대학의 길’로 시작했다. 그는 “대학은 미래지향적인 내부와 새로운 경쟁의 판을 만드는 외부로 구성돼야 한다”며 “급변하는 사회에 맞춰서 리서치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대학 변화의 방향으로 마 교수는 초지능, 초학제, 초연결 3가지를 언급했다. 스탠포드 대학, MIT 등은 이미 초지능, 초융합, 초연결 3개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는 “이상(理想)한 대학을 통해 초일류 대학의 길이 무엇일까 고민해야 한다”며 “대학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도연 전 포항공대 총장은 “이상(理想)한 대학도 좋지만 먼저 이상(異常)한 대학이 되자”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학이 시대에 맞는 교육을 하지 못하고 안주하고 있다고 했다. 김 전 총장은 “문명의 전환기 속에서 아직도 산업 문명 시대의 가치를 가르치고 있다”며 “현재 대학 체제는 전부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교수 중심 학습 방법을 대학의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했다. 그는 “교수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방식을 넘어 학생과 함께 평생 배우는 교수법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도연 전 총장은 “교육을 완전히 다시 생각해야 한 다”며 “대학은 해야 할 일, 중단해야 할 일, 창조적으로 새롭게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은 총장 재임 당시 부서별 모호한 업무 분장으로 곤혹스러움을 겪던 일화를 소개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한 부서가 여러 업무를 맡게 돼,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 어느 부서에 업무를 문의해야 할지가 어려웠다”고 했다. 총장 재임 시절 부족했던 지휘권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김 전 총장은 “총장을 지내며 인사권과 재산권이 없었다”며 “이러한 제약 속에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관리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토론이 끝난 뒤 진행된 종합 대담에서도 두 총장은 대학 발전에 대한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 대학이 먼저 중단해야 할 일은

  김도연: “총장의 임기는 늘어나거나 제한이 없어져야 한다. 사립학교법의 규제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인사도 재정권도 없는 총장이 임기조차 짧다. 4년이라는 짧은 임기는 주변 사람들과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 측면을 따지게 되고 결국 일을 관둘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일본의 관행을 쫓아오며 4년 임기제를 유지한 건데 최근 일본 국립대에서 6년 임기제로 늘린 경우가 있었다.”

 

  - 편견을 바꾸기 위한 시작점은

  김용학: “교육에 대한 국가의 투자가 너무 적다. 현재 교도소 수용자들 1년 수용비가 2500만 원이다. 국가의 지원을 가장 많이 받는 서울대는 국가지원을 1년에 5000억 원 을 받는다. 수치로 보면 많아 보이지만 이 비용 모두를 학부생에게 쓴다면 수용자들 1년 수용비와 비슷하다. 수감자에 대해 비난을 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이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도연: “대학에 대한 편견은 받아들여야 한다. 대학은 바뀌어야 한다. 교수의 기득권부터 개선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7~8만 명의 교수가 있는데 5만 명의 교수가 정년을 보장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정년보장의 형태가 기득권을 형성한다. 기업은 성과에 따라 직원을 결정한다. 대학은 그런 것이 없다. 사회는 대학을 버렸고 편견이 생긴 것이다.”

 

  - 한 교수가 여러 전공을 담당하는 것이 가능한가

  김용학: “공과대 학장 시절부터 시도했던 일이다. 총장 시절에 과로 충원하는 대신에 대학 차원에서 교원을 충원해 파견 보내는 방식을 시도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어긋났다. 원로 교수님들은 금방 떠날 사람들이기에 흥미가 상대적으로 적다. 흥미가 있는 교수들은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한이 상대적으로 작다. 이 미스매치가 어느 대학에나 있을 것이다. 본 전공을 유지한 채로 다른 과로 파견하는 제도로 이를 대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김도연: “실제로 15년 전에 시도했다. 대학의 문화가 이를 가로막았다. 당시 교수 대부분을 겸임교수로 임용했다. 시간이 지나 교수들은 정확한 소속을 지정해달라고 애원했다. 어느 부서에서도 겸임교수들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대학 사회의 분과제가 이렇게 심하다. 상상력의 폭을 넓혀서 대학 구성원들이 헤쳐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담이 끝난 후 김도연 전 총장은 “울산대, 포항공대 총장을 지내는 동안 지방의 한계를 느꼈다”며 “서울에 있는 고려대와 연세대가 우리나라 사립대학 문제를 풀어 후 발주자들에게 방법을 알려 달라”고 말했다. 마동훈 교수는 “대학 본부 주관이 아닌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포럼”이라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포럼이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강연을 들은 박재영(대학원·미디어학과)씨는 “이상(理想)한 대학을 위해 학교 구성원으로서 생각해 봐야겠다고 다짐을 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 포럼은 오는 28일에 개최된다. 포럼은 12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정오에 진행될 예정이다.

 

글 | 오찬영 기자 luncheon@

사진 | 문원준 기자 mondli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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