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개야, 너 어디야?”
“네, 저기 학교 박물관인데요.”
“지금이 수업시간인데 거기서 뭐하는 거야? 당장와!”

김충배(사범대 영어교육과) 교수 강의는 감히 결석을 생각 할 수 없다. 수업시간에 학생이 없으면 바로 휴대폰을 꺼내들고 연락 한다. 수업시간에 벨소리가 울리면 휴대폰의 발명을 탓하지만 이럴 때는 핸드폰의 발명을 누구보다도 기뻐하신다.

김 교수는 본교 영교과의 산 증인이다. 본교 영교과는 1981년 처음으로 신설돼 1984년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바로 그 때부터 김 교수는 영교과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새학기를 맞아 김 교수와 그의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이 작은 만남을 가졌다. 처음에 김 교수와 학생들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위해 중앙광장의 벤치나 잔디밭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갑자기 불어닥친 추위로 학생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연구실에서 작은 만남을 갖기로 했다. 약속시간이 돼 학생들은 하나, 둘씩 모였고 김 교수는 손수 학생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음료수를 준비하는 등 작은 배려도 잊지 않았다.

평소에 ‘쉽고 재미있는 공부’를 강조해 온 김 교수는 재미있는 입담으로 학생들의 굳은 자세를 풀어줬다. 김 교수의 장난으로 학생들은 서서히 김 교수에게 그 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사실 김 교수는 영교과의 괴짜교수다. 영교과 학생들은 1학년 1학기 때 전공필수 과목인 <영어학개론>이라는 강의를 들어야 한다. 과목 자체가 딱딱할뿐더러 학점을 잘 안주기로 소문난 만큼 신입생들은 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선배들에게서 김 교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미리 알고 들어온 신입생들은 어떻게 하면 학점을 잘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한다.

시험기간이 되면 선배들에게서 전해져 내려온 족보를 구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그 덕분에 선배는 오랜만에 후배들에게 밥을 얻어먹는다.

학생들은 왜 그렇게 학점을 잘 주지 않냐고 질문을 했고, 김 교수는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위해서라고 했다. 또한 “만약 내가 학점을 잘 준다고 소문났으면, 너희들이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겠어?”라며 “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쪽으로든 안 좋은 쪽으로든 내 이름이 많이 불리는 것도 나쁘진 않다”며 웃었다.

김 교수는 항상 학생들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김 교수가 학생들에게 내 준 첫 번째 과제는 ‘대학 4년 동안의 나의 영어공부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계획서를 제출하면 김 교수는 ‘적절하다, 다소 과다하다’등 학생들을 위한 코멘트를 달아준다.

토익 870점 이상, 토플 230점 이상이 되어야만 영교과 학생들은 졸업을 할 수 있다. 이 점수는 본교에서 가장 높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매년 국비 장학생에 본교 영교과 학생이 1명 이상씩 선발된다며 영교과 자랑을 늘어 놓았다. 학생들은 점수가 너무 높다며 불평을 했지만, 김 교수는 아직 부족하다며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은 전공과 관련이 많은  어학연수, 교환학생에 대해 궁금해했다. 김 교수는 외국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오는 것은 학생 실력뿐만 아니라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라며 본교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문학생프로그램’을 적극 권장했다. 나아가 영강, 발표수업이 싫다는 학생들에게 김 교수는 두려워 하지말라며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영교과 학생들에게 부모님과 같은 존재인 김 교수를 위해 학생들은 매년 스승의 날을 맞아 편지와 선물을 준비한다. 그 답례로 항상 전원에서 작은 성의로 볼펜을 하나씩 선물하는 김 교수. 오늘 못 다 나눈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하자며 학생들의 저녁 약속을 챙기며 이야기를 접는 김 교수를 보며 학생들은 깊고도 높은 스승의 사랑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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