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 와글와글한 축제, 노트북 화면을 나와 강의실에서 만난 교수님. 요즘 학교 풍경을 보면 지긋지긋했던 코로나19가 끝나가는 게 실감 난다. 돌아온 캠퍼스가 반가우면서도 동시에 잃어버린 2년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코로나19가 가장 많이 미웠던 순간은 입실렌티를 못 했다거나 고연전을 못 간 게 아니다. 거의 6개월 동안 준비한 공연을 전날에 취소해야 했고, 스무 살을 함께한 사랑하는 동아리를 없애기로 결정했을 때였다. 회의가 끝나고 눈물을 펑펑 흘릴 정도로 속상했고, 코로나가 사람이라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만큼 화가 났다.

  이젠 팬데믹이 끝나간다. 동아리 박람회는 그 어느 때보다 북적였고 고대신문에도 지난 학기보다 두 배 많은 사람이 수습기자에 지원했다. 활기찬 학교를 보니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 연습하고,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민주광장에서, 신년을 맞이하는 길거리에서 공연했던 풍물 동아리 ‘여민락’이 떠오른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나 보다. 함께했던 동아리원들에게서 ‘여민락을 되살려보는 건 어떠냐’는 연락이 왔다. 동아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름하여 ‘여민락 부활 프로젝트’ 회의에서 동아리를 되살릴 방법,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새내기 모집, 연습, 뒤풀이 등을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다가 모두 동의하는 지점을 발견했다. “여민락은 동아리 치고 연습이 너무 많아 신입 모집에 장벽이 높다. 예전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그래서 부활한 여민락은 부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이었던 연습을 한 번으로 줄이고 방학 연습을 자율에 맡길 예정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할 무렵, 사회 각 분야에서는 ‘넥스트 노멀’을 외쳤다. 우리는 전염병의 여파로 동아리가 사라지는 위기를 겪었고,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변화를 꾀했다. 대면 수업을 하지 못하는 동안 쌓은 비대면 수업 기술로 대면과 비대면 병행 수업이 진행되고, 시간과 장소를 맞추기 어려운 회의에서 ‘줌(zoom)’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이 됐다. 얼마 전 다리를 다쳐 높은 언덕을 올라 서관에 있는 강의실까지 오기 힘들어진 친구에게 교수님은 비대면 수업을 제공해주셨다. 이렇게 팬데믹의 경험은 쌓여 지혜가 된 듯하다. 억울한 시간인 줄만 알았는데 아닐지도 모르겠다.

 

유승하 대학부장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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