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보라KU ④ 자살, 자해

  ‘읽어보라KU’는 학부생이 관심 가질만한 논문을 선별하여 요약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20대 자살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현재, 이번호에서는 자살, 자해를 주제로 논문을 선정했습니다.


 

자해는 부정 정서에 대한 대처

자살은 죽음에 더욱 가까워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총 1만3799명이었다. 연령대로 보면 10대, 20대, 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고, 특히 20대, 10대, 60대에서 자살률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은 지난 15년간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 한편 최근에는 청소년 사이에서 SNS에 자해 인증샷을 올리는 일명 ‘자해 놀이’ 현상이 하나의 유행으로 퍼지는 등 청소년 자해가 화두가 됐다. 자살과 자해는 이제 더 이상 개인의 일이 아닌 사회적인 관심과 대처가 필요한 문제다.

  2018년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실시한 ‘SNS상의 자살 관련 유해정보 모니터링’ 결과, 신고된 1만7338건의 유해정보 중 7607건이 인스타그램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자해’ 해시태그로 검색되는 게시물이 2019년 11월 기준 5만8000여 건에 이를 만큼 몇 년 사이 인터넷에서 자해 관련 게시물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경대학교 학생상담센터 박세훈 상담원과 유금란(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텍스트 마이닝을 활용한 자해 및 자살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 분석(2021.8.)’을 통해 SNS상에서 표현되는 자살과 자해의 특성을 알아 보고자 했다.

 

  인스타 게시물 1만5532개 분석

  ‘자살’ 및 ‘자해’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 분석을 위해 ‘자해’, ‘자해충동’, ‘자살’, ‘자살할까’라는 해시태그가 설정된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선정된 해시태그는 인스타그램에서 ‘자해’ 혹은 ‘자살’을 검색했을 때 노출된 2개의 인기 해시태그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SNS의 특성을 고려해 수집 기간을 2020년 2월 29일부터 3월 1일까지로 제한했다. 수집 시, 게시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전체 공개돼있고, 인스타그램이 웹상에서 공개한 게시물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해시태그, 텍스트, 좋아요 수만 수집했다. 게시물 삭제와 같은 변화가 적은 최신의 데이터면서, 자해와 자살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비교적 유사한 조건에서 분석할 수 있는 2019년 1월 1일부터 2020년 3월 1일까지의 데이터를 분석 대상으로 했다. 이 기간 동안 자해와 자살의 게시물 차이는 3371개로 다른 연도 범위를 포함했을 때에 비해 가장 최소한의 차이를 보였다. 이후 텍스트가 중복되는 게시물과 텍스트 없이 이미지만 있는 게시물을 분석 대상에서 제외해 각각 9428개와 6104개의 게시물을 최종 분석에 사용했다.

  본 연구에서는 수집된 게시물을 대상으로 텍스트 마이닝을 실시했다. 텍스트 마이닝은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잘게 잘라 시각화, 군집화 및 분류의 과정을 거쳐 의미를 도출함으로써 문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최적화됐다. 또한, 자해 및 자살 관련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들을 추출해 주된 정서를 탐색하고 이를 기반으로 상담에서의 적용 방안을 모색했다.

 

  ‘사람’, ‘우울’ 최다 등장

  ‘자살’ 단어빈도 분석은 9428개의 게시물을 1만7791개의 문장으로 나눴고, 게시물에서 1% 미만으로 출현한 단어를 삭제해 2209개의 단어를 도출했다. 등장 빈도는 ‘사람’이 3570회로 가장 높았고, ‘자살(2060회)’, ‘살다(1959회)’, ‘죽다(1924회)’, ‘생각(1874회)’, ‘마음(1871회)’, ‘힘들다(1459회)’, ‘사랑(1379회)’, ‘자살예방(1169회)’가 뒤를 이었다.

  ‘자해’ 단어빈도 분석에서는 6104개의 게시물을 1만159개의 문장으로 나눴고, 게시물에서 1% 미만으로 출현한 단어를 삭제해 1613개의 단어를 도출했다. ‘우울’은 6061회로 가장 많이 등장했으며, 그 뒤로 ‘자해’가 3213회, ‘자살’이 2947회, ‘죽다’가 1814회였다. ‘자해나쁘지않다’는 ‘자해는나쁜것이아닙니다’, ‘자해하는사람은나쁜사람이아닙니다’ 등의 문장들을 ‘자해나쁘지않다’로 처리한 것으로 1196회 출현했다. 관련어 분석에서 ‘자해’나 ‘우울’은 ‘약물자해’, ‘리스트컷’과 같은 실제적인 자해 행동과 연결되는 반면, ‘자해충동’은 ‘사회불안’, ‘사회공포’, ‘불면’, ‘피해망상’, ‘정신병자’와 같은 구체적인 진단명들과 연결되는 모습을 보였다.

  자살 관련 데이터에서는 자해 데이터와 비교해서 ‘죽다’, ‘죽음’ 등의 단어들이 많이 등장하며 보다 직접적으로 ‘죽음’과 관련됐음을 알 수 있다. 자살 의도를 가진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자살 행동의 실행 측면에서 고위험군에 속하기에 자해 행동을 보이는 내담자를 상담할 때, 자살 의도의 여부를 먼저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자해’ 게시물에서는 ‘우울’, ‘자해나쁘지않다’ 키워드가 두드러진다. 이는 우울과 같은 부정 정서를 처리하기 위한 대처기제로써 ‘자해’를 시도할 때, 자신의 ‘대처기제’, ‘생존수단’인 자해가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호소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상담에서 이들의 자해를 허세를 부리기 위한 ‘패션자해’로 보지 않고 생존수단으로써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방’ 없는 자해 게시물

  감성분석 결과, ‘자살’과 관련한 전체 게시물에서 긍정 단어는 3만0664개, 부정 단어는 6만1447개로 부정 단어가 3만0813개 더 많았다. ‘자해’ 관련 게시물에서는 긍정 단어 1만6785개, 부정 단어 2만9343개였다. 자살과 자해 모두 부정적 정서가 높았지만, 자살의 경우 부정 단어가 긍정 단어보다 두 배 이상 많아 자살 관련 게시물이 자해 관련 게시물보다 더 부정적이었다. 이는 자살이 자해보다 삶에 대한 무망감, 무기력함을 더 보여준다는 선행연구와 부분적으로 일치한다.

  자해 및 자살 관련 게시물의 텍스트 마이닝 결과, 두 게시물에서 두드러지는 차이는 ‘예방’ 관련 키워드의 존재 유무다. 자해 관련 게시물에서는 ‘예방’과 관련된 키워드가 도출되지 않았다. 반면, 자살 관련 게시물에서는 ‘예방’ 관련 키워드가 빈도분석, 연관 단어 분석, 감정 단어 시각화 모두에서 나타났다. 자살 문제는 2011년부터 보건복지부에서 해결하고자 노력해온 반면, 자해는 비교적 최근에 화두가 되어왔기에 시기의 차이일 수 있으나, 그럼에도 소셜 미디어 특성상 자해 행동의 업로드는 타 이용자에게 전염성을 보이기에 자해 예방 관련 공공기관 혹은 심리상담 관련 전문 학회의 조속한 개입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댓글 반응, 좋아요 수, 이미지 등을 분석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고, 연령대별, 성별에 따라 나타나는 양상을 파악할 수 없었으며 인스타그램을 분석 대상으로 해 다양한 연령으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등의 한계가 있다. 그러나 SNS상의 자살, 자해 관련 게시물의 특성과 내포된 의미를 탐색했고 자살과 자해 게시물을 비교함으로 써 둘 간의 차이를 직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유승하 대학부장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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