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기후충격 비교적 덜해

에너지 개발, 장기적 안목 필요

개인적 노력도 외면 말아야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의 발생이 잦아지며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와 걱정도 커지고 있다. 2050년에 지구가 멸망한다거나, 지구가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지점을 지나 더 이상의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비관적인 이야기도 돌고 있다. 이미혜(이과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을 만나 기후위기를 둘러싼 다양한 궁금증을 해소했다.

 

이미혜(이과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개인의 노력이 모이면 의미있는 실천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지구의 현 상태를 “아직 회복 불가능한 선은 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 기후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이미혜 |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이다. 너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증했고, 지구온난화를 초래했다. 지구의 자원과 에너지를 사용한 것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조천호 |경제발전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현재 전 세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 2000년을 기준점으로 두고 매년 3%씩 성장한다면 경제 규모가 210020, 2200년에 370, 2300년에 7000배에 이르게 된다.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써야 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증가하게 된다.”

 

  - 지구의 현 상태를 진단한다면

  이미혜 | 쉽게 멸망하진 않을 것이다. 지구의 자정능력을 고려했을 때 그렇다. 인간이 지구의 위험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남극 성층권의 오존층이 손상됐을 때도, 국제적으로 오존층 손상 물질을 규제하고 대체재를 개발했다. 기후변화는 이보다 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다. 견해의 차이는 있으나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국가도 없다.”

  조천호 |아직 회복 불가능한 선은 넘지 않았다. 하지만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후 1.1이상 상승한 상태다. 오늘날 지구 평균기온이 1만 상승해도 기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1.5이상 상승하면, 극단적인 날씨 현상이 전 세계에 항상 발생하게 된다. 2이상 상승하면 파국적인 상황으로 나아갈 수 있다.”

 

  -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기후위기 상황은

  이미혜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관찰되는 중이라 한국이 더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고 할 수는 없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될수록 폭염, 폭우 등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더 자주 발생하고 그 규모도 커지게 된다. 한국도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서울 폭우도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찾기는 어렵지만 큰 범주 안에서 기후의 변동성과 연관된다.”

  조천호 |한국의 기후위기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다. 열대 지방, 호주, 미국 캘리포니아, 남유럽 등 기후의 자연 변동이 적었던 지역은 기후변화가 빠르고 뚜렷하게 일어난다. 그런데 온대지방인 한국은 여름철 최고기온과 겨울철 최저 기온의 차이가 50에 달할 정도로 자연 변동성이 크다. 자연적인 기후변동성이 크면 기후 탄력성이 좋아 극단적인 날씨에 대한 회복력이 빠르다. 자연적인 기후변동이 큰 한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후 충격이 천천히 일어나고 있는 편이다.”

 

  - 한국의 기후위기 해결 노력은 국제사회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가

  이미혜 |역사적 맥락과 국가 규모를 고려했을 때 칭찬할 만하다. 현재 기후변화 대응에 힘쓰고 있는 북유럽 국가들은 과거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근을 겪거나, 페스트 같은 역병이 돌아 인구의 3분의 1이 굶어 죽는 등 기후위기와 관련된 역사가 깊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과거가 적은 편이다. 비교적 기후위기에서 안전한 국가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기후위기 해결에 관심을 많이 기울인다고 볼 수 있다.”

  조천호 |한국은 중국, 인도와 더불어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감축목표를 바꾸기만 했을 뿐, 처음 목표를 설정한 2010년 이후 한 번도 목표를 지키지 못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선 2010년을 기점으로 2030년까지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여야 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은 2018년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0%를 줄이고 2050년까지 나머지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 세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0위 안에 드는 한국의 무책임한 태도로도 볼 수 있다.”

 

  - 현 정부의 친원전 정책, 어떻게 평가하나

  이미혜 |원자력에 대해 쉽게 평가할 수는 없다. 원자력은 화석연료에 비해 탄소배출 면에서 청정하지만, 위험성도 많이 내포하고 있다. 한국은 원전에서 전체 에너지의 40%가량을 지원받는다. 유럽 국가 중 원자력 의존율이 특히 높은 프랑스는 방사성 폐기물 처리와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잘 형성됐다. 사후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좋다, 나쁘다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단시간 안에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급변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원전 자체가 정치적인 이슈로 변질된 감이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에너지 정책에 접근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조천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원전 최강국 건설을 외치는 새 정부의 행보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 세계는 지금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21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이 생산한 전력이 핵 발전량을 넘어서기도 했다. 일본의 대기업들은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수조 원을 투자한 핵발전소 사업을 포기했다. 핵발전소를 늘리는 국가인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은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핵발전 시장이 아니다. 주류 시장에서 핵발전은 밀려나고 있다. 막대한 공적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핵발전계의 요청과 이를 수용하는 정치 세력이 있을 뿐이다.”

 

  - 개인 차원의 노력도 실효성이 있을까

  이미혜 | 한 명 한 명의 노력이 모이면 기후위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가적, 기업적 차원의 노력은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든다. 공장 하나만 가동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공적인 환경 보호 노력이 어려운 곳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병원은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다. 위생문제로 일회용품 사용을 하지 않는 게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개인적 차원의 실천이 더 중요해진다.”

  조천호 |공동체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며 에너지를 아끼려는 개인의 노력이 중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각자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넘어 우리 모두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유럽은 도심에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 출퇴근 시 대중교통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비율이 거의 절반에 달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가 아니라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선한 의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살게 만드는 게 정치가 할 일이다. 개인이 노력이 사회적 연대로 나아갈 때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 기후위기는 인류의 멸망으로 이어질 뿐, 지구의 위기가 아니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미혜 | 진화론적 관점에서 지구의 위기와 인류의 멸망은 관련 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건 지구가 아니라 인간을 위해서다. 개인적으로 인류가 멸망한 이후 지구의 존재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조천호 |자연은 인간이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지만, 자연 없이 인간은 살아남을 수 없다. 생물권은 항상 멸종 위기에서도 수백만 년이 지난 후에 다시 번성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지금 일으키는 기후변화 속에서도 생물권은 새로운 판을 벌일 것이다. 다만 인류는 자기 스스로 자신의 멸종을 일으킨 최초의 종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생태계, 지구, 우주가 아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 세대를 위해서다.”

 

| 김민선 기자 sun@

사진 | 김태윤 기자 orgnmind@

사진제공 |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