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교 교수 123명은 25일(목) 오전 11시 인촌기념관에서 대통령 탄핵안 철회를 주장하는 ‘대통령 탄핵 시국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발표했다.

본 회견에는 서명에 참여한 본교 교수 123명을 대표해 김규완(법과대 법학과), 김균(정경대 경제학과), 김기창(법과대 법학과), 김준호(문과대 사회학과), 김철규(문과대 사회학과), 민경현(문과대 사학과), 이병련(사범대 역사교육학과), 조대엽(문과대 사회학과), 하종효(문과대 철학과)교수가 참석했다.

성명서를 통해 이들은 “국민 대다수는 탄핵사유에 동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탄핵에 대한 국회의 결정과정이 부당했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사과와 탄핵여부를 연계시키는 것은 이 문제가 법적 사안이기보다 정치권 내부의 자기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현 정국을 진단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의 가결을 ‘정치권의 독단적 파행’이라 보고 “대통령 탄핵 시국을 좌절된 민주화가 아니라 성숙된 민주화의 계기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역사적 책무”라 주장했다. 또한 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민의에 따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 아래 ‘탄핵소추 철회’를 제시했다.

본 기자회견에서 진행을 맡은 조대엽(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이 가결된 지난 12일(금)부터 교수진은 시국에 대한 고민을 공유해 왔으며 학자의 위치에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성명서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또 “법적 절차보다는 정치적 의도에 주목했으며 탄핵을 발의한 주체가 이를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공통된 입장을 밝혔다.

회견에 참석한 김규완(법과대 법학과) 교수는 탄핵 사태에 대해 “정치권의 무책임한 처사로 헌법재판소의 부담이 크다”며 “헌법재판소의 위상이 정치권에 의해 평가 절하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장기적인 헌정질서 수호를 위해 정치권은 사태의 발단 원인을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탄핵 소추 철회’에 대해 김기창(법과대 법학과) 교수는 “법적으로 보면 탄핵 철회안이 규정상 불가능하다는 이론이 우세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법 규정이 없더라도 탄핵 가결 자체를 원상태로 되돌린다는 의미에서 철회를 주장하는 것”이라며 이를 법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지 말 것을 당부했다.

같은날, 서울대 교수 88명도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통해 현 정치권을 비판하고 국회의 탄핵소추 철회를 주장했다.

대통령 탄핵 시국에 관한 우리의 입장


오늘 우리사회는 국회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다. 이번 탄핵안의 가결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국민 대다수는 탄핵사유에 동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탄핵에 대한 국회의 결정과정이 부당했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의 사과와 탄핵여부를 연계시킨 것은 이 문제가 법적 사안이기보다 정치권 내부의 자기위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우리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을 정치권의 독단적 파행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법과 제도의 정당성은 시민의 뜻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법을 넘어선 민의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면, 민의 없는 법은 독재를 잉태한다. 87년 6월의 함성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더딘 발걸음이, 오늘 대통령 탄핵안의 가결로 우리를 다시 민주주의의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이제 대통령 탄핵 시국을 좌절된 민주화가 아니라 성숙된 민주화의 계기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역사적 책무이다.

우리는 현 상황에서 탄핵소추를 철회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민주주의를 다시 순항시키는 길이라 확신한다. 민의를 거부해서 야기된 사태는 민의에 따라 해결책을 찾는 것이 활로요 순리이다. 정치권은 그것이 역사와 시민 앞에 스스로 다시 설 수 있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2004년 3월 25일

고려대학교 교수 123인 일동


강명윤(문과대 언어과학과), 강범모(문과대 언어과학과), 강수돌(경상대 경영학과), 강은숙(자연과학대 수학과), 강선보(사범대 교육학과), 강성만(생명과학대), 강충룡(문과대 불문과), 고영규(생명과학대), 구형운(이과대 수학과), 권오헌(이과대 수학과), 금삼록(자연과학대 신소재화학과), 기종대(의과대), 김건(이과대 화학과), 김규완(법대), 김균(정경대 경제학과), 김기중(생명과학대), 김기창(법과대), 김기형(문과대 국문과), 김동균(이과대 수학과), 김동승(공과대 전기공학과), 김민환(언론학부), 김성식(공과대 산업시스템정보공학과), 김성일(사범대 교육학과), 김승현(언론학부), 김열홍(의과대), 김익영(생명과학대), 김익환(생명과학대), 김재홍(생명과학대), 김제완(법과대), 김제형(의과대), 김준호(문과대 사회학과), 김지형(공과대 토목환경공학과), 김진배(경영대), 김창래(문과대 철학과), 김채수(문과대 일문과), 김철규(문과대 사회학과), 김형엽(인문대 영문과), 김흥규(문과대 국문과), 남기춘(문과대 심리학과), 노길명(인문대 사회학과), 명순구(법대), 민경현(문과대 사학과), 민용태(문과대 서문학과), 박경서(경영대), 박길성(문과대 사회학과), 박만섭(정경대 경제학과), 박명순(정보통신대 컴퓨터학과), 박세호(생명과학대), 박용근(생명과학대), 박윤규(의과대), 박인원(국제학부), 박종찬(경상대 무역학과), 박진무(공대 기계공학과), 박현진(생명과학대), 배기홍(경영대), 배길수(경영대), 배종대(법대), 백경희(생명과학대), 선정규(인문대 중문과), 손병석(문과대 철학과), 손장권(문과대 사회학과), 손정원(의과대), 신동훈(자연과학대 식품생명공학과), 신정섭(생명과학대), 안광석(생명과학대), 안정오(인문대 독문과), 안지훈(생명과학대), 안호용(문과대 사회학과), 양형진(자연과학대 정보소자학과), 엄두섭(공과대 전자공학과), 유성모(자연과학대 정보통계학과),유영대(인문대 국문과), 유희수(문과대 사학과), 윤인진(문과대 사회학과), 윤주환(환경시스템공학과), 윤태웅(공과대 전기공학과), 이광현(경상대 무역학과), 이기천(자연과학대 사회체육학과), 이내영(정경대 정외과), 이병련(사범대 역사교육학과), 이성준(인문대 독문과), 이승환(문과대 철학과), 이영훈(문과대 불문과), 이재학(문과대 서문과), 이재훈(문과대 중문과), 이창희(사범대 국어교육과), 이홍종(인문대 고고미술사학과), 임성택(경상대 경영정보학과), 임종인(정보보호대학원), 임혁백(정경대 정외과), 장하성(경영대), 장효일(생명과학대), 전병헌(정경대 경제학과), 전형식(문과대 일문과), 정규언(경상대 경영학과), 정균화(경상대 경제학과), 정우봉(문과대 국문과), 정주연(정경대 경제학과), 정태헌(문과대 한국사학과), 조광(문과대 한국사학과), 조규형(문과대 영문과), 조대엽(문과대 사회학과), 최관(문과대 일문과), 최광식(문과대 한국사학과), 최덕수(문과대 한국사학과), 최무현(생명과학대), 최봉석(경상대 행정학과), 최상윤(생명과학대), 최윤제(경상대 경제학과), 최의주(생명과학대), 최장집(정경대 정외과), 최종후(자연과학대 정보통계학과), 최현철(언론학부), 최호철(문과대 국문과), 하덕찬(이과대 화학과), 하종호(문과대 철학과), 하태훈(법대), 허훈(자연과학대 제어계측공학과), 홍대희(공과대학 기계공학과), 홍종선(문과대 국어국문과), 황의각(정경대 경제학과), 황한준(자연과학대학 식품생명공학과), 황현산(문과대 불문과) (이상 123명,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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