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PAMA), 튜나(TUNA), KIN’  머리모양과 참치, 사이다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아직 N세대가 아니다. 지금 소개된 것들은  인터넷에서 불고 있는 ‘패러디 짝퉁‘ 티셔츠에 찍힌 문구들이다.

이제껏 ‘짝퉁’은 비싼 명품을 흉내 낸 이미테이션 제품들을 일컫는 말로 통용됐다. 명품을 하나씩은 걸치고 다녀야 직성이 풀리지만, 어마어마한 액수의 진짜 명품을 사기 어려운 명품족들의 허영심과 과시욕을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해 온 것이 ‘명품 짝퉁’인 것이다. 이에 반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패러디 짝퉁 제품들은 네티즌들의 개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또, 다른 사람들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요즘 세대들의 심리가 잘 드러난다.

‘PUMA’라는 유명 스포츠 브랜드를 흉내 낸 ‘PAMA’나 ‘TUNA’,  ‘BURGER KIN’을 로고로 사용한 티셔츠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아닌, 재미와 익살로 네티즌의 인기를 끌고 있다. ‘Just do it’이라는 문구와 승리의 여신 ‘니케’의 날개조각을 본뜬 로고로 널리 알려진 ‘나이키’의 경우, ‘Just did it’ 이라는 문구와 함께 뒤집혀진 로고의 패러디 짝퉁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 획일화된 개념을 거꾸로 뒤집어 생각해 보자는 취지의 패러디이다.  

네티즌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디자인 된 티셔츠를 직접 상품화 시킨 장본인은 T09라는 인터넷 공동구매 사이트이다. “티셔츠 한 장이 우리의 생각과 코드를 표현한다” 는 기치 아래 지난 달 2일 문을 열어 패러디 짝퉁 상품들을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

패러디 짝퉁 티셔츠는 그 제작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네티즌이 총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을 제작해 이미지를 사이트 게시판에 올리면 네티즌들의 반응과 운영진의 심사를 통해 이미지 투표에 부쳐진다. 투표에 부쳐지고 1달간 2백 표 이상을 득표했을 경우, 상품화 돼 티셔츠로 제작된다. 여기서 티셔츠 이미지는 초상권,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기존의 브랜드 상품의 모방에 그치지 않는 기발하고 신선한 티셔츠만이 상품화 된다.

지난 13일에 광화문 집회에서는 ‘SAVE KOREA’라는 문구의 티셔츠가 등장하기도 했다. 탄핵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이 ‘티셔츠’라는 매체를 통해 탄핵을 반대하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 것이다. 그들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티셔츠를 입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단합할 수 있다”고 티셔츠를 제작 ·착용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직접 원하는 디자인을 제작하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네티즌들의 취향을 그 어떤 옷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패러디 짝퉁 제품의 인기비결이다. ‘PAMA’ 티셔츠를 구입한 김기범 씨는 “예전에는 브랜드 상품을 교묘히 바꿔 따라한 짝퉁을 구입해 입었다. 하지만 지금은 패러디 짝퉁 상품을 당당하게 입고 사람들의 시선을 즐긴다”며 “명품 브랜드와는 비교도 안되는 적은 돈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고 패러디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공동 제작되는 티셔츠들이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질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T09에서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서동욱 씨는 “관리비와 판촉비용이 들지 않고, 브랜드로열티 없이 최초 디자인한 네티즌에게만 로열티를 지급하면 된다” 며 저렴한 가격의 비결을 밝혔다. 

개성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상상치도 못한 디자인의 기발한 티셔츠를 만들어 내는 이들. 어설픈 흉내내기가 아닌,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창작된 ‘패러디 짝퉁 문화’는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네티즌들에 의해 계속 발전할 것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