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의 운전이나 이동을 하게 될 때 나는 Grumiaux가 연주하는 Mozart의 바이올린 협주곡(제 3번 G장조 K. 216, 제 5번 A장조 K219)과 Beethoven의 첼로소나타(제 2번 G단조 Op.5, 2, 제 3번 A장조 Op.69)를 준비한다. 거기에 Angelic Breeze와 Kheops(balkans)의 CD를 얹는다.

이쯤되면 내게 장시간의 운전이나 차타기, 꽉막힌 길은 즐거운 시간으로 변해 버린다. 물론 시간의 쫓김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숨을 가다듬고 음악에 집중하면 곧 연주자의 손과 활의 끝이 느껴지고 그 움직임이 나의 몸을 자극한다. 앉아 있으면서도 내 몸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음을 느낀다. 운전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싶겠지만 수년 운전을 한 내게는 적어도 머리를 맑게 해주고 일종의 차들의 흐름에 더 민감해지고 운전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음악치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은 음악으로 치료가 되나요? 그럼 어떤 음악을 들을까요?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지나요? 머리가 아플 때, 잠이 안 올 때 좋은 음악이 뭐예요? 등이다. 개중에는 물론 단순한 호기심에서 묻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한 병을 진단받지 않았어도 자신이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 처해 있다거나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해서 음악의 도움을 얻고자 한다.

모든 이야기에 앞서 먼저 얘기 돼야 할 것은 현재로서는 음악의학과 음악치료(Music Therapy)는 엄밀히 말해 다르다는 것이다. 음악의학은 클라이언트가 선호하는 음악을 스스로 선택해서 듣는 형태이며 음악치료는 음악을 심리, 행동적 치료의 일환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 반드시 전문지식을 쌓은 치료사가 클라이언트를 진단, 치료해야 한다. 이때 음악은 클라이언트의 표현수단으로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되며 음악치료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와 치료사는 함께 ‘자신’의 음악을 만든다. 이 과정에 만들어지는 음악이 어떻게 진행되고 완성될지는 클라이언트는 예측하거나 예상할 수 없다. 이것이 음악치료의 매력이기도 하고 감동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음악의학적인 음악치료적인 과정에서 음악이 우리에게 무엇을 하는가? 음악이 어떻게 우리로부터 감정을 이끌어내고 즐거움을 주는가? 우리가 즐거움의 절정을 경험할 때 우리의 몸에서는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것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먼저 한 가지의 제안을 하고자 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한 시간을 가져보라. 그 음악의 완성도가 높을수록 효과적이다. 이 말이 어렵다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좋은 음악이라고 평가된 음악을 선택하라. 그것은 짧은 소품의 곡(예를 들어, Elgar의 사랑의 인사, Offenbach의 호프만의 뱃노래, Faure의 나비, Bach의 arioso 등)도 상관없다.

음악을 듣기 전  앉거나 편안한 자리를 선택하고 오디오를 편하게 조절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은 후 가능한 한 편한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는 두 손을 윗배에 얹고 숨의 내 쉼과 들이 쉼, 멈춤을 자연스럽게 느낀다. 주위의 소리에 집중하고 그 자세에서 팔을 뻗어 오디오를 켠 후 온 몸으로 음악을 받아들인다. 음악이 끝나면 잠시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몸과 느낌을 정리해 보라.
김성희 음악치료사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