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여성이 증가하면서, 학내활동의 많은 부분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들이 학내 단체의 대표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본교에서도 2000년 처음으로 여성 총학생회장이 당선됐다. 학생회의 경우 외에도 학회, 동아리, 학내 언론 등에서 여성들은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 내 자치단위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자치단위에 가입하는 비율도 남성들이 더 높았고, 학년이 올라가도 활동을 계속하는 비율도 남성이 더 높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자 신입생의 가입도 떨어지는 편이다. 뿐만 아니라  2학년이 되면서 활동을 접는 남학생의 비율도 증가했다. 그래서 점점 학내 활동에서 남학생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렇게 여성들의 학내활동 참여가 늘어나게 되면서, 학내에서 남성들을 찾아보기가 힘든 경우도 있다. 동아리나 자치단위에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경우도 발견된다. KUBS는 전체 국원 52명중 13명, 연세춘추는 전체 41명 중 15명이 남자이다. 이들 단체는 2, 3년전만 해도 남학생의 비율이 더 높았다.

남학생들의 학내 단체 가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 들어 경기불황으로 학내 동아리나 자치단위 전반적으로 신입생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데, 남성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서울대 대학신문의 경우에도 작년 여자와 남자의 원서비율이 1.5:1로 남성의 지원이 더 적었다. 2002년만 해도 남학생의 원서가 여학생보다 더 많았지만 상황이 바뀐 것이다. 민선우(정경대 정외과03)씨는 “경기불황은 아무래도 남성들에게 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학내활동을 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남성들이 학내 활동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부담은 병역문제이다. 대개 군대를 일찍 갔다오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남학생들이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남학생들이 동아리나 자치 단위 활동을 하는 데 부담을 준다. 2학년 때 활동을 하게 되면 군대가는 시기를 3학년 때로 미뤄야하기 때문이다.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2년 반의 복무기간을 손해보기 때문에 미리미리 공부를 해둬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내활동을 하지 않은 채 1학년 때부터 공부를 시작하기도 한다.

특별한 이유없이 학내활동을 기피하는 남학생들도 많다. 최근 인터넷 폐인의 증가는 이렇게 혼자 지내는 사람들이 증가했음을 반영한다. 인터넷 폐인 중에는 남자 대학생들이 많은데, 이는 이들이 학내활동에 덜 적극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본교 전통무예 동아리 수박도 회장 이현경 씨는 “남학생 중에 대외적인 활동을 꺼리는 사람이 꽤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여성의 학내활동 증가는 단순히 남성들의 참여가 떨어져서 생긴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본교 남학생과 여학생 비율은 68:32이다. 문과대나 사범대의 경우에는 남학생과 여학생 비율이 비슷한 실정이다. 여성들의 수가 예전보다 늘어난 만큼 여성의 학내 활동도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여성의 수가 증가하면서 남성적이던 고대의 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민차영 독어독문학과 학생회장은 “요즘은 여학생의 비율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주의적인 문화 역시 신장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여성이 대표자가 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여성의 학내활동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미국 교육부의 2003년 조사에 따르면 학생자치회 참여비율이 여학생은 27%에 이르는 반면, 남학생은 19%밖에 되지 않는다. 여학생은 예술활동·신문제작·학습동아리 등 전반적인 학내활동에서 남학생보다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오직 체육활동에서만 남학생의 비율이 여학생보다 더 높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지니스위크>는 이런 현상을 ‘마치 여성이 학교 안에 로마제국을 건설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학내활동에서 여성의 증가와 남성의 감소는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대학가에서 여성의 힘이 증가하면서, 대학문화는 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