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부재자투표소 설치에도 불구하고 보다 본질적인 문제의식에서 대학생들의 정치참여가 낮은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70%를 웃도는 60∼70대 어르신들의 투표율과는 달리 대학생들의 투표율은 그 절반 수준인 3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탄핵 정국으로 인해 16대 국회의원 선거보다는 많은 선거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이 또한 지켜볼 일이다.

 대학생들이 정치참여 면에서 다른 연령층에 비해 그토록 낮은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정치에 대한 기본 정의가 대학 사회에 한 번도 내려진 적이 없다는 점이다. 정치학원론에서 정치를 가치의 권위적인 배분이라는 일반 정의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추상어의 조합일 뿐 상아탑에 있는 우리들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개념정의이다. 정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그 가운데 가치를 발견하며 그 가치를 정책화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결과가 구체적인 입법으로, 정부의 정책으로 구현됐기 때문이다.

둘째, 정치를 하는 주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팽배하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유명하고, 재산이 많으며, 경력이 화려한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대다수의 시민들은 생각한다. 대학생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연륜이 있고, 정치를 해 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이 생각은 국민주권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과도 대치될 뿐 아니라 정치를 엘리트들의 산물로 이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특정 계층과 부류가 사회의 약자일수록 그 이해관계와 입장은 다른 단체를 통해 대변되기 보다는 그 특정 계층과 단체들에 의해 대변될 때 보다 투명하고 확실하게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한국의 선거제도가 지닌 문제점이다. 학교 정원에 삼분의 일을 넘는 대학 1, 2학년생들의 선거권 부재와 대학생들의 정치참여 억제를 위해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진 2천명이라는 대학부재자투표소 설치 기준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특정 정당의 당리당략에 기초해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는 야당의 작태 역시 대학생들을 정치로부터 소외시키는 원인이 된다.

넷째, 각 정당의 학생위원회의 부재이다. 21세기 정치가 정당정치로 표현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한 번도 선거를 정책선거와 이념선거로 치러본 역사가 없다. 반공이데올로기와 지역주의에 편승해 정치구도를 형성했기에 이에 걸맞는 이미지를 가진 신인들이 영입되는 수준에서 정당의 인적 자원을 충당했다. 결국 영국의 노동당이나 독일의 사민당처럼 대학생들을 정치영역으로 포섭하고 양육하며 재교육 시키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단지 청년위원회에라는 부문조직에 30∼40대 가장들만이 이름만 걸고 있는 유령조직으로 정당의 인적자원관리가 이뤄졌다.

마지막으로 대학사회와 시민사회의 단절을 언급해야 할 것 같다. 강의실에서는 실력을 기르지만 사회에 대해서는 경험이 일천한 대학생, 현장성은 부재하고 이론서는 산더미처럼 책상위에 쌓여 공부하는 대학사회의 모습이 정치를 관심 밖의 것으로 만들었다. ‘난 시민이다’라는 의식이 없다. 특히 학생운동의 모습이 이념적으로 치우쳐 학생회에 대한 벽이 커지면서 시민단체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한번도 찾아가 참여의 높은 심적 부담감을 허물어 본 적이 없다.

오래돼 한번엔 바꾸기 힘들 것 같은 원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4·15 총선을 기대해 본다. 이번 총선에서만은 투표해서 낡은 정치를 꼭 바꾸겠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정치참여를 위해 비록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기본적 권리인 선거권을 행사하면서 스스로 깨우칠 정치참여에 대한 필요성은 한국의 대학사회가 시민사회와 정치사회에 발맞추어 새로운 모습을 형성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고영 (대학원 석사과정,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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