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분기점 넘기기 어려운 상황” 

NFT·메타버스로 새로운 도약 

“문화보국 정신 이어 나갈 것”

 

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은 “문화보국의 건립 이념을 끊임없이 이어나갈 것”이라 말했다.
간송미술관 전인건 관장은 “문화보국의 건립 이념을 끊임없이 이어나갈 것”이라 말했다.

  간송미술관은 1938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설립한 한국 최초의 사립미술관이다. 문화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정신을 지킨다는 ‘문화보국(文化保國)’의 건립이념으로도 유명하다. 간송 전형필은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당시 기와집 20채에 달하는 가격으로 사들이고,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극에 달했던 1940년대 <훈민정음해례본>을 먼저 발견해 수집하는 등 문화재 보호에 힘썼다. 

  성북구 문화예술의 중심지이기도 한 간송미술관은 올해 1월 고려시대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금동삼존불감’을 경매에 내놓으며 논란을 빚었다. 국보를 경매에 내놓은 것에 대해 간송미술관 측은 “상속세로 인한 미술관 재정난 때문”이라고 밝혔다. 간송 전형필의 장손으로 3대째 간송미술관을 이어오고 있는 전인건 관장을 만나 재정난의 배경과 향후 방향에 대해 들었다.

 

  -간송미술관의 ‘문화보국’ 정신은 무엇인가 

  “일제강점기 100여 년 전까지 조선은 일본보다 문화적으로 앞서 나가던 국가였습니다. 여기에서 비롯된 문화적 불안감에 일제는 창씨개명 등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문화적 탄압을 가했습니다. 문화재를 조직적으로 수탈하고 파괴했습니다. 이에 간송 전형필 선생은 전국 각지에 흩어진 문화재를 매입해 일제로부터 지키며 ‘문화보국’의 길을 개척해갔습니다. 이러한 ‘간송 컬렉션’을 토대로 탄생한 것이 간송미술관입니다. 

  한국은 문화적 역량이 뛰어난 국가입니다. 꼭 최초가 아니더라도 기존의 것을 세계 최고로 일궈낼 힘이 있습니다. 송나라의 청자를 발전시킨 고려청자나,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케이팝이 그 예시입니다. 이러한 역사를 이해하고 자긍심을 느끼도록 돕는 것이 오늘날의 ‘문화보국’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립미술관이다 

  “간송미술관은 국내 사립미술관 중 가장 많은 유물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귀중한 유물에서 나오는 힘도 중요하지만, 그것만큼이나 간송의 이야기가 가진 매력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2008년 김홍도와 신윤복을 소재로 한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전국적으로 유행할 당시, 드라마에 등장한 ‘미인도’를 간송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어 관람객 수가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받은 관심과 애정이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예술을 즐길 기회를 제공하고, 그 커뮤니티를 늘리는 것도 ‘문화보국’ 정신과 부합한다고 봅니다.”

 

  -올해 초 소장한 국보를 경매에 출품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은 상속세율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합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그 예외는 아닙니다. 몇몇 특수한 국보를 제외하고는 문화재라 하더라도 상속 과정에서 실제 책정가의 절반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2018년 전 관장이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상속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재정 상황이 악화됐습니다. 미술관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올해 1월 국보 두 점을 경매에 내놓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보를 낙찰받은 ‘헤리티지 다오’가 사회적 기여 차원에서 51%의 지분을 미술관에 기부하며 소유권을 돌려받기는 했습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한 국가 지원은 어떠한가 

  “대기업이 재단으로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미술관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가에서 인건비는 어느 정도 지원을 받지만, 연구 인력을 유지하고 유물 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문화재를 보관하는 수장고의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여름철 전기세도 상당합니다. 따로 후원을 받기도 하지만, 사실상 미술관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란 불가능합니다. 한 해 1억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루브르 박물관도 적자가 나는 상황입니다.”

 

  -<훈민정음해례본>을 NFT로 제작한 것에 상업적이라는 반발이 있었다

 

훈민정음해례본 NFT는 미술관 후원자들에게 일종의 회원권으로 지급된다.
훈민정음해례본 NFT는 미술관 후원자들에게 일종의 회원권으로 지급된다.

  “세계에 알려야 하는 문화재를 NFT(대체 불가능한 암호화폐)로 제작하는 일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행성, 투기 등 NFT의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생기는 우려를 이해하긴 하지만, NFT는 젊은 세대를 유입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돌 팬이 좋아하는 가수의 굿즈를 사듯이, 좋아하는 예술품의 NFT를 구입하는 겁니다. 현재 훈민정음해례본 NFT는 미술관 후원자들에게 일종의 회원권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을 NFT로 제작하는 프로젝트 역시 그 일환으로 진행 중입니다. <혜원전신첩>에는 30여 점의 그림이 수록됐는데, 그림 속에 수백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각각의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이를 확대 촬영해 NFT로 제작합니다.”

 

  -미술관 활성화를 위한 다른 시도는

  “샌드박스와 함께 흥미로운 한국 미술사 일화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미덕(미술덕후)생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2024년까지 시립미술관 성격으로 대구 간송미술관이 완공될 예정입니다. 봄, 가을만 개최하는 특별전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한 서울 간송미술관과 달리, 대구 간송미술관은 상설 전시를 합니다. 간송메타버스뮤지엄을 오픈하며 메타버스로 영역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문화보국’의 정신을 끊임없이 이어 나가려 합니다.” 

 

글 | 김민선 기자 sun@ 

사진 | 문원준 기자 mondli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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