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스트레스 비율 높아  

사회적 편견이 치료 가로막기도

“청년층 더 폭넓게 수용해야”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 칭하고, ‘번아웃’, ‘무기력증’ 등의 심리 용어가 미디어에 빈번하게 등장한다.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단절도 정신건강 관련 수요의 급증에 한몫했다.

  보건복지부에서 5년 단위로 실시하는 ‘2021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20~30대 청년들은 타 연령대 대비 우울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고, 자살 고위험군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청년층 자살률이 높은 이유로는 학업, 취업 스트레스와 같은 사회적 요인이 주로 거론된다. 2022년 기준 평균 심리상담 비용이 1회 5만원 가량인 가운데, 비용 부담 없이 상담이나 프로그램 참여가 가능한 대학 학생상담센터는 청년 심리상담의 핵심적인 기관이다.

 

  개인 맞춤형 심리지원 제공

  ‘국립대학 학생생활연구소 설치령’으로 1962년 서울대에 학생지도연구소가 처음 설립되고 1969년 문교부에서 사립대학에 학생지도연구소 설치를 권장함에 따라 전국적으로 대학별 학생 상담기관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학생상담센터에서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개인 및 집단상담을 실시한다. 개인이 경험하는 어려움의 유형과 정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먼저 개인별로 심리평가를 진행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심리지원 서비스를 진행한다.

  학생들이 상담센터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 큰 트라우마보다는 일상생활에서의 여러 스트레스가 누적돼 찾는 경우가 많다. 아동기 혹은 청소년기에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나, 가족 관계에 의한 스트레스가 공황·불안장애, 우울증 등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데이트 폭력 등 충격적인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하는 것 역시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대부분 대학 인력난 겪어

  교육부는 2022년 기준 학생 1000명당 최소 상담원 1명이 배치돼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아직 대부분의 대학은 상담 인력 부족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코로나19, 대학(원)생 심리·정서 지원 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학 상담센터 상담사 1명이 맡는 재학생은 최대 1505명으로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을 훨씬 초과한다.

  본교 학생상담센터장인 고영건(심리학부) 교수는 “올해 풀타임 전문 상담 인력이 6명에서 8명으로 증가했다”며 “그럼에도 코로나19 등으로 심리상담에 대한 수요는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사업비와 인력은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본교 학생 심리상담 센터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A씨는 “1학기 중반쯤에 상담을 신청했지만 최근에야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며 “정말 위급한 상황인 경우 대기 기간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객원 상담원 제도를 도입하는 대학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서비스 이용률 현저히 낮아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7.2%로 미국 43.1%, 캐나다 46.5%, 호주 34.9%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같은 해 OECD 국가별 우울증 유병률 조사에서 36.8%의 유병률을 기록하며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거뒀다. 국내에서 우울증 증상을 느끼는 실질적인 환자들의 수는 상당하지만, 이들이 치료를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정신적인 문제로 치료받는 걸 꺼리는 분위기는 학생들이 심리상담에 접근하기 어려워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권문희(경기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부모님이 정신과 진료 기록이 남는 걸 반대해 병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실제로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특별 지원금을 제공해 병원으로 연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대를 앞둔 남학생이 사회적 인식에 대한 우려로 신체검사 시 정신 질환 관련 진단서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고영건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주요 국가에 비해 아직 정신건강 측면에 대한 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건 의미 있는 현상”이라 말했다. 영국의 경우 2006년부터 심리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신건강관리시스템 ‘IAPT(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ies)’를 시행해오고 있다. 심리치료 전문인력을 국가 차원에서 양성하고 지원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심리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청년층이 심리상담 지원을 받을 방법으로는 대학 상담센터 외에 정신건강복지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이용하거나 지자체별로 실시하는 청년 마음 건강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것 등이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 청년 마음건강사업’은 참여자에게 50분씩 최대 7회에 걸쳐 심리상담 전문가의 상담을 제공한다. 심리지원이 필요한 만 19세~39세 서울 거주 청년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다누리 콜센터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언어별 상담 서비스를 지원한다. 권문희 교수는 “취업준비생 등 사회에 막 진출하려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료비·상담비 지원이 보다 폭넓게 이뤄지고, 이들을 수용할 상담기관이 더 마련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민선 기자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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