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은 자기계발의 일상화

즐겁게 삶을 통제하는 것

“실패와 성공 모두 포용해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것, 멋진 목표를 이루는 것.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준을 세운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시대에 가치 있는 ‘갓생’은 무엇일까. 심재만(문과대 사회학과) 교수와 오혜진(대학원·사회학과) 씨는 “갓생은 누구나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일상”이라 강조했다. 

 

심재만(문과대 사회학과) 교수
심재만(문과대 사회학과) 교수

 

  - 갓생은 무엇인가

  심재만 | “갓생은 자기계발의 ‘계발(啓發)’ 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무게감을 덜고 모범이 되는 삶의 범위를 넓힌 것입니다. 취직, 연애라는 큰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목표는 하루에 물 여덟 잔 마시기, 몸과 마음 건강하게 갖기 같은 가벼운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죠. 열풍이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시대가 흐르면서 이를 나타내는 단어가 조금씩 변한 거죠. 몇몇 자료는 성인용 온라인 강의 플랫폼 매출액을 근거로 갓생이 코로나19 이후 나타났다고 보지만 온라인 강좌는 시대 흐름속에 자연스레 바뀐 방식 중 하나일 뿐입니다."

 

  - 자기 계발은 어떻게 생겨났나

  심재만 |  "자기계발은 잃어버린 자기 통제권을 찾으려는 시도입니다. 통념적으로 우리는 남이 시킨 일을 통제할 수 없고 재미없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죠. 무언가를 할 때 오롯이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은 매우 중요해요. 우리는 갓생을 통해 내 삶을 지배하고 그 안에서 행복과 재미를 찾습니다.

  즉 자기계발의 본질은 권력에서 나온다는 겁니다. 인간의 자기계발 욕구는 권력이 국가에서 일반인과 사회로 전유하는 것에서 시작해요. 과거에는 사람들이 자기 삶을 스스로 가꿔나가는 게 부족했어요. 새마을운동을 예로 들어봅시다. 새마을운동의 표어 ‘근면, 자조, 협동’은 갓생의 핵심과 같아요. 당시에도 분명 사람들은 근면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했을 겁니다. 다만 과거에는 갓생이 국가 주도로 이뤄졌다면 지금은 시민 사회가 성장하면서 사람들이 삶의 권력을 되찾고, 자기주도적으로 행하게 됐어요. 그걸 우리는 ‘자기’ 계발이라고 부르는 거죠.”

 

  - N포에서 갓생으로 바뀐 이유는

  심재만 | “갓생이 N포세대의 연장선이었을 것입니다. 두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어요. 첫째는 도전해도 얻지 못하는 결과에 대한 청년 자신의 회의, 둘째는 스스로 포기한 청년을 본 외부의 시각입니다. 두 번째 의미는 옳은 해석이 아닙니다. 청년의 도전과 그로 인한 회의감에 대한 책임을 청년 세대에게만 지워선 안 돼요. 사실 N포세대는 청년이 N번의 도전을 했기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속 목표에 집착하면 극도의 피로 상태에 빠지고, 계속된 실패에 포기하고 체념해요. 바로 여기서 N포세대가 나타납니다.

  갓생도 번아웃이 없으면 갓생이라고 하지 않죠. 번아웃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갓생에 열광하는 까닭은 ‘내 몸 하나 불살라 보겠다’는 마음 즉, 도전을 향한 욕구가 있기 때문이죠. 보통 에너지가 가장 많은 청년에게 나타납니다. 도전 자체를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버닝(Burning)의 단계에서 우리가 싫어하는 번아웃만 남는 것입니다. 열정을 다해 자신의 에너지를 태운 다음에는 반드시 쿨 다운(Cool-Down)할 수 있어야 해요. 버닝 후 쿨다운을 경험하는 것까지가 갓생의 완성이죠.”

 

오혜진(대학원·사회학과) 씨
오혜진(대학원·사회학과) 씨

 

  - 갓생은 여가와 일 중 어디에 가까운가

  오혜진 | “중간의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어요. 일과 여가 모두를 포괄하기 때문이죠. 여가와 일의 가장 큰 차이는 ‘규칙성’에서 오는 것 같아요. 갓생은 여가에 루틴을 더해 일처럼, 일에는 즐거움을 더해 여가처럼 만드는 행위입니다. 삶에도 다양한 층위가 있어요. 갓생을 통해 사람들은 이분법에서 벗어나 인간관계, 학습, 취미, 생활과 같은 각각의 층위를 하나씩 풀고 음미하기 시작했어요. 삶의 루틴을 잘게 쪼개서 하나씩 이뤄가며 만족감을 느끼는 거죠.”

  심재만 | “삶을 층위로 분리하는 접근은 사람에게 회의감을 주기도 해요. 예를 들어 미라클 모닝과 연인관계는 완전히 다른 층위예요. 미라클 모닝을 실천한다고 연인과의 관계가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따로 존재한다는 것의 장점은 연인관계에 실패하더라도 미라클 모닝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이고, 단점은 행복한 삶을 살아도 진짜 문제는 바뀌지 않는다는 겁니다. 진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다른 것에만 몰두하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설정할 때 인생을 하나의 큰 흐름으로 보는 시각을 가질 필요도 있습니다."

 

  - 갓생 열풍이 풍부한 삶에 도움 되나

  오혜진 | “갓생에 ‘생(生)’ 자를 사용한 건 어쩌면 죽음(死)과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생에 대한 욕구가 커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청년세대의 자살률이 높아지고 우울증이 심각한 상황에서 ‘잘살아 보자’는 문화 흐름에는 장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심재만 | “갓생 열풍은 당연히 풍부한 삶에 도움 되죠. 하지만 그 전제 조건은 ‘우직함’입니다. 자기의 삶을 끈기 있게 가꿔나가는 거죠. 목표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실패를 성공으로 엮어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자신에게 몰두해야 해요. 이상은 불분명하고 모호하기 때문에 작은 경험을 이어가는 과정 자체에 몰두하는 거죠.

  사회학에서는 개인과 구조,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이질적인 대상을 엮는 것을 실천 과정이라고 얘기해요. 때로는 익숙한 행위에 몰두해 현실을 파악하고, 익숙지 않은 행위에 몰두해 이상을 추구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갓생은 현실 만족과 이상 추구의 다리 역할을 하며 삶을 구성합니다. 풍부한 삶을 만드는 목표의 틀은 따로 없어요. 소비적인 활동이든 생산적인 활동이든 방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국 인생을 충실히 사는 것만이 진짜 갓생을 만들어 냅니다.

 

글 | 박지연 기자 nodelay@

사진제공 | 심재만·오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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