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선 설치 구역 확대 중 

보도에도 설치 가능 

“제설 기술 과잉 의존 주의 필요” 

  

눈이 오자 교내에 설치된 열선이 가동돼 김이 나고 있다.
눈이 오자 교내에 설치된 열선이 가동돼 김이 나고 있다.

  성북구의 36개 언덕엔 눈이 쌓이지 않는다. 열선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성북구는 서울시에서 열선이 가장 많은 자치구다. 본교 서울캠퍼스도 주요 경사로에 열선을 설치해 가동 중이다. 열선 설치를 위해선 제설 비용의 10배 이상 예산이 필요하지만, 체감되는 효과로 인해 설치 구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블랙아이스 해결하는 열선 

  도로나 보도 아래 설치된 열선은 강설 또는 결빙 시 얼음층을 녹여 자동차나 보행자의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장치다. 도로 표면이 2°C 이하가 되고 눈이 감지되면 케이블에 전류가 흐른다. 이때 발생한 전기저항으로 열이 나오고, 이 열은 지표까지 올라와 쌓인 눈과 얼음을 녹인다. 발열체에서 발생하는 열은 온도가 300°C까지 올라가지만, 도로 표면은 바깥 기온의 영향을 받아 실제 체감 온도는 5~10°C에 그친다. 도로에 열선을 설치하는 경우 시공 시점이나 환경에 따라 직선 설치와 지그재그 설치로 나뉜다. 직선의 경우 매설되는 전기케이블의 길이가 비교적 짧아 예산이 덜 든다. 지그재그로 설치할 경우 발열 면적이 증가해 더 높은 발열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열선의 주목적은 블랙아이스 방지다. 겨울철 아스팔트 표면의 굴곡 사이로 습기나 눈이 공기 중의 매연이나 먼지와 함께 얼어붙어 얼음층이 발생하는 것을 블랙아이스 현상이라고 부른다. 블랙아이스는 도로 노면의 마찰계수를 낮춰 평소보다 미끄럽지만 검은 아스팔트 도로 노면이 그대로 보여 운전자들이 인지하기 어렵다. 열선 시스템은 실제로 블랙아이스를 없애는 데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송창영 상임고문은 “제주, 서울 강남구, 강동구 등에서 경사로, 곡선 길, 상습결빙구간에 열선을 도입해 도로결빙을 예방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봤다”고 전했다. 

   

  열선 집중공략 중인 본교와 성북구 

  본교는 2002년부터 열선을 설치해 현재 중앙광장 입·출차 경사로, 문과대 SK미래관 사이 내리막길, 하나스퀘어 지하주차장 입·출차 경사로 등에 설치됐다. 정경대 후문 경사로는 열선이 파손돼 현재 열선업체의 기부공사가 진행 중이다. 인문사회캠은 비탈길이 많고, 제설 작업만으로 빙판 사고를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이공캠에 비해 설치 구역이 많다. 열선 시스템은 시설운영팀이 기상 상황을 확인해 스노우멜팅 컨트롤 시스템을 수동으로 작동시키거나 온도, 습도에 따라 자동 작동된다. 겨울철에는 열선 시스템의 동작 상태를 매일 점검하고 겨울철 전에는 열선 점검을 통해 절연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설치된 정경대 후문 비탈길에는 열선 필름이 설치됐다. 기존 열선은 한 곳이 고장 나면 전체적으로 사용이 불가능해 보수 비용이 많이 들었으나 열선 필름은 고장난 곳을 제외하고는 계속 작동한다는 장점이 있다. 건축팀은 “경영대 뒤편에서 교우회관으로 가는 길에 설치를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 

  성북구는 2016년 성북로4길(한신한진아파트 통행로)을 시작으로 2023년 1월 현재 총 36개소에 연장 10.19km 친환경 열선 시스템 설치를 완료했다.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수다. 성북구청 담당자는 “지리적 특성상 언덕이 많아 겨울철 빙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열선을 설치하게 됐다”고 전했다. 성북구 열선 시스템은 11월부터 3월까지 가동되며 약 2억 원의 비용이 든다. 성북구청은 서울시의 지원이나 시민참여로 열선 설치 예산을 마련하고 있다. 성북구 장위동 동방 고개에 설치된 열선은 2021년 시민참여예산 우수 실행사업으로 선정된 곳이다. 급경사로 인해 겨울철마다 불편을 겪던 주민들은 2018년 시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열선 설치를 제안했고 2019년에 설치됐다. 성북구는 열선 설치가 필요한 구역이 많아 버스가 다니거나 통행자 수가 많은 곳을 우선으로 설치 중이다. 

 

  좁아도 효과 있는 보도 열선 

  열선은 보도에도 설치된다. 서초구는 양재종합사회복지관 앞 버스정류장을 시작으로 현재는 열선이 설치된 14곳 중 4곳에 보도 열선을 설치했다. 최근에는 방배동 삼환아파트 버스정류장에 보도 열선이 설치됐다. 겨울철 빙판으로 인해 급경사지의 버스 정류장에서 승하차 시 낙상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으로 전체구역설치가 아닌 집중설치 구역의 개념에 가깝다. 송창영 고문은 “정류장 열선 설치는 설치 구역의 크기 및 넓이에 대한 문제보다 얼마나 많은 정류장에 설치할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의 개념으로 광범위 지역설치를 추진하기엔 기초 지자체의 연간 추진 예산에 한계가 있다. 설치 구역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예산 확보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강승모(공과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차와 사람의 충격 및 하중이 다르기 때문에 보도 열선 과도로 열선은 포장 방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도로의 경우 아스팔트 등 포장면 아래에 열선을 매립하지만, 보도 및 인도는 대부분 보도 블록이기 때문에 블록 밑에 설치된다. 송 고문은 “기존에는 열선 설치 후 모래 또는 아스팔트로 상부면을 포장해 보도면까지 열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며 “현재는 조립식 보도 블록을 활용한 시공법이 흔히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립식 보도 블록은 내부에 열선이 연결돼 따로 포장이 필요 없고 블록 상부 부분이 탄성 소재라 완충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도로 및 보도에 열선을 설치하면 인명 낙상사고 및 도로교통사고 예방에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인근 지역 공사 시에는 열선이 훼손될 수도 있다. 단시간 적설량이 많으면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 현재 열선 시스템의 고도화, 염화칼슘의 부식 최소화 및 친환경화, 제설 차량 첨단화 등 빙판 사고 방지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 제설 기술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보조 수단일 뿐이다. 송 고문은 “제설을 포함한 재난 및 안전사고의 예방은 선제적인 직접 대응”이라며 “테크놀로지가 아닌 휴머니즘에 입각해 겨울철 안전운전을 위한 스노우체인 구비, 보도 눈 치우기 등 사고 방지의 근원적인 해결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 최민서 기자 frog@ 

사진 | 문원준 사진부장 mondlic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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