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지난달 28일, 네이버 웹툰은 공지를 통해 웹툰 크리에이터스(WEBTOON CREATOR’S)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웹툰은 예비 창작자들을 포함해 누구나 작품을 올리는 공간인 ‘도전 만화’와 그곳에서 인기도를 얻어 한 단계 승격된 작품들을 모아 놓는 ‘베스트 도전’을 운영해왔다. 웹툰 크리에이터스는 이 과정을 거쳐 네이버를 통해 정식 연재에 도전하는 창작자들이 직접 자기 작품을 관리할 수 있는 통합 공간이다. 먼저 작가명, 작품관리, 통계, 알림 메뉴가 먼저 공개됐는데 창작자를 ID만이 아닌 작가명으로 부르게 해주겠다는 것과 회차별 관리 및 독자 통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 대시보드를 구축해 주었다는 것, 일정 지표를 달성하면 알려주겠다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웹툰 크리에이터스는 표면적으로는 창작 환경의 편의를 도모하겠다는 의도로 포장되어 있다. 하지만 본 게임은 아직 ‘준비 중’으로 표시된 비정식 연재만화의 유료화다.

  네이버는 왜 오랜 시간 동안 ‘아마추어 게시판’ 수준으로 운영해왔던 도전 만화를 이제 와서 개편하려고 할까? 정식 연재를 꾀하는 창작자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함이라는 이유라면 사실 훨씬 더 일찍 했어야 할 일일 터이니, 지금까지는 그래야 할 이유를 그다지 느끼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네이버를 포함한 포털 웹툰은 분업체계에 바탕을 둔 팀 또는 스튜디오 체제로 중심 기조를 전환하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이 되는 건 사실 웹툰이 아니라 웹소설이다. 이는 좀 더 적은 초기 투자와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는 의미이며 또한 웹소설-웹툰-영상화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에서 저작권을 둘러싼 권리관계를 원활하게 풀기 위한 방안을 찾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원활함’이 업체 기준이지 작가 기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작가들 사이에서는 포털 웹툰이 이제 개인 단위 창작을 잘 받지 않으려 한다는 소리가 돌고 있다. 네이버의 도전 만화 개편은 바로 그런 흐름 한 가운데에서 등장했다. 얼핏 정식 연재가 아닌 작품에도 돈을 준다니 좋은 것 같지만, 반대로 말하면 “주축은 밸류 체인 형성에 걸림돌이 적거나 없는 작품들 중심으로 꾸리겠으니 개인 단위는 이쪽에서 활동하시오”라는 정책 선언을 명문화했다고 볼 만하다.

  아직 네이버 크리에이터스의 수익 창출 메뉴가 ‘준비 중’인 상황에서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배분하겠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정식 연재와 구분 짓기 위해서는 정식 계약을 통한 계약금 지급과는 거리를 둘 것이고, 결국 네이버가 자사 블로그 등에 붙여 시행 중인 네이버 애드포스트를 통한 수익 나누기와 네이버 페이를 통해 독자들의 직접 후원을 간편하게 하는 방식이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후원을 만화 창작의 밑바탕으로 삼는 방식은 포스타입과 딜리헙 등이 시도했던 것이다. 독자들의 반응을 얻어 정식 연재로 올라가기 전의 오랜 ‘버티기 싸움’을 수월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이번에 시도하는 곳이 네이버 웹툰이라는 시장 주도자라는 점과 개인보다 업체 쪽으로 방향을 잡기 시작한 포털의 기조를 보자면 전체적으로는 개인 창작자가 정식 연재라는 단계에 이르는 경로를 좁히는 방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여전히 이 공간에 ‘도전’과 ‘베스트 도전’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이상 만화 창작자들이 ‘도전’ 딱지를 떼어내려면 차라리 오롯이 내 것인 작품을 안 그리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이런 우려가 그저 쓸데없는 기우에 지나지 않으면 좋을 터이지만, 이번 개편의 결과가 자칫 창작자 사이에 또 다른 계급을 세우고 관계 업체들에만 더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면 안 될 것이다.

 

서찬휘 만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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