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달 26일 전자장치 부착 기간 동안 고위험군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하는 일명 ‘한국형 제시카법’을 입법 예고했다. 성범죄자가 아동 밀집 구역에서 일정 거리 이내에 살지 못하도록 하는 미국 제시카법과 달리 한국은 특정 시설에만 살도록 제한한다. 법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와 동시에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새로운 대안도 좋지만 뒤부터 돌아보길 - 오찬영(글로벌대 영미학17)

  한국형 제시카법, 즉 ‘고위험 성범죄자 주거지 제한’이 추진된다. 성범죄자들이 출소 후 사는 곳을 교육시설 외곽으로 제한해 이전과 같은 ‘고위험’의 문제를 예방하고자 하는 법안이다. 그런데 이 내용을 들은 당신은 어떤가? 새로운 대안은 좋지만 떨떠름함이 가시질 않는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전자발찌’는 3가지의 기기로 구성된다. 착용하는 발찌, 휴대용 추적 장치, 재택 감독 장치로 구성돼 있다. 발찌와 휴대용 추적 장치는 늘 몸에 지녀야 하며 두 기기 사이가 5m 이상 떨어지면 관제센터가 전화해 확인하는 방식이다. 일정 수준으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전자발찌는 그저 위치추적기의 한계에 불과하다. 24시간 밤낮으로 착용자의 동선을 나타내지만, 그게 전부다. 전자발찌의 배터리도 본인이 직접 충전해야 하며 일정 수준으로 낮아지면 배터리를 충전하라고 전화하는 것뿐이다. 또한 오후 11시 이후 외출이 금지됐음에도 나갈 경우에 관제센터가 할 수 있는 일은 ‘전화’뿐이다. 2주 내의 최근 기사를 보면 성범죄자 전자발찌 훼손 수치가 3명으로 생각보다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성범죄자 거주지 공개 시 정보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기사가 수두룩하다. 실제로 성범죄자를 3개월마다 직접 대면해 신상정보와 거주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후 법무부에 송달해야 하는데, 한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66개의 경찰서에서 성범죄자 91명을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로 촬영하거나 최대 3년가량 사진을 방치한 사례도 존재했다.

  성범죄자 알림e도 결이 비슷하다. 지난해 감사원의 자료에 따르면 10만 5445명이 등록 대상이지만 실제 공개 대상은 3961명으로 등록 대상자 대비 비중이 3.75%의 낮은 수치를 보인다. 정보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대면작업을 진행하지만 쉽지 않다.

  관리 요원 1명당 맡는 숫자가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의 기사 중 익명의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1명당 약 45명을 담당하며 경찰이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대상자들이 대면 작업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대처할 권한조차 없으니 면책조항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성범죄자 주거지 제한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안타까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새로운 대책을 하나 추가한다고 크게 달라질 일인가?”라는 근본적인 고민부터 생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후속 조치들부터 실효성을 갖춰야 앞으로 있을 새로운 대책들도 고운 시선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국민 공분에만 초점인 범죄자 주거지 제한, 실효성은 미지수 - 이연재(문과대 사학20)

  성범죄자 인근 주민들의 불안과 법감정에는 공감하나 법안에 있어 정당성, 실효성, 현실성의 충족은 국민의 법감정보다 전제돼야 할 것이다.

  정당성의 경우, 김대근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본 법안이 과거 헌법재판소도 위헌으로 판단했던 보호수용을 부활시키는 측면이 있으며 지나친 기본권 제한에 과잉금지 원칙에 반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주거의 자유는 기본권의 한 종류이며 형기를 마친 특정인의 출소 후 거주지 제한은 이중처벌일 수 있다. 이미 책임을 다하고 출소한 사람에게 또 다른 형태의 구금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효성 측면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일부 연구에서는 미국 제시카법 도입 후 재범률이 오히려 높아지는 모순이 발견됐다. 한국공안행정학회보의 ‘미국의 성범죄자 등록공개취업제한 제도에 대한 비판적 쟁점’ 논문에 따르면 제시카법이 시행되고 5년 뒤인 2011년 성범죄 전과가 있는 노숙자는 88명에서 2000여 명으로 늘었다.

  주거 환경이 불안정해진 이들은 쉽게 다시 범죄에 빠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2016년 캘리포니아주와 캐나다 법무부 연구원이 집행유예 또는 가석방된 성범죄자 1600여 명을 5년간 추적한 결과, 주거가 일정한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5%이지만 일정하지 않으면 20%에 달했다. 불안한 거주 환경과 성범죄 재범률의 상관성이 높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한국 현실에도 맞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밀도가 워낙 높아 거주지 제한은 무리라는 것이 전문가들 중론이다. 전국 곳곳에 자리 잡혀 있는 교육시설을 피하며 성범죄자들의 특수한 거주지를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서울의 경우 전체 면적 605.5㎢ 중 녹지 등을 제외한 주거지역 넓이는 325.9㎢로, 신상공개 대상 성범죄자 522명(2020년 말 기준)의 활동지(반경 500m 기준) 합계 면적인 409.8㎢보다도 좁다. 특정 지역에 몰아넣지 않는다면 성범죄자 격리 수용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정당성, 실효성, 현실성이 떨어지는 본 법안보다는 현실에 맞는 제도의 공론화, 혹은 기존에 존재하는 심리치료전자발찌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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