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중 하나다. 이 새로움의 범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파스타에 면 대신 견과류를 넣는 정도를 새로움이라고 하겠다. 견과류 파스타? 의아할 필요 없다. 좋은 아이디어로 인정받기만 하면 얼마나 높은 인기를 누릴지 아무도 모른다. 혹은 파인애플 피자처럼 뜨거운 감자에 등극해 매일 소소한 논쟁을 유발할지도 모른다.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올까? 박종천(민족문화연구원) 교수에 따르면,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결코 좋은 창의성의 동의어가 아니다. 창의성을 수반한 좋은 아이디어는 기존 사랑받는 것에 더하는 아주 약간의 변주에서 온다. 그렇다면 소스에 기다란 면 대신 둥글게 굴린 감자 전분을 넣어 만든 뇨키는 좋은 아이디어요, 혁신이다. 면을 포크로 말아 올려 먹는 것처럼 포크로 동그란 반죽 덩어리를 찍어 먹을 수 있다. 부드러운 듯 쫄깃한 식감에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식감에서 우리는 편안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낀다.

  이 마법 같은 원리를 혜화의 ‘서양집’에 가서야 깨달았다. 안암에서 보문 방향으로 가는 273번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서양집에 도착한다. 3km나 되는 길을 지나며 눈에 익은 안암 풍경이 사라지면 괜히 낯선 기분이지만, 버스만 타면 금방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편안해진다. 막상 내리면 참살이길과 달리 널찍하고 화려한 거리에 연인들이 즐비한 것에 생소함을 느끼지만, 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익숙한 대학가 식당의 모습이 나온다. 먼 듯 가까운 혜화의 서양집에서 혁신과 안정의 집합체인 뇨키를 맛보는 것. 이보다 더 이치에 맞는 일이 더 있을까. 수많은 대학로 식당 중 하필 서양집인 이유는 그 집이 제일 잘하기 때문이다. 한 번이 어렵지, 두세 번 서양집으로 향하다 보면 점점 간이 커진다. 이번엔 동일한 논리로 안국으로 향해 보자. 안국이 익숙해졌다면 광화문, 그다음엔 위쪽으로 틀어 은평은 어떤가.

  이런 방식이라면 서울 전체를 정복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예상 가는 맛이라 더 맛있을 서양집의 뇨키를 떠올리며, 서쪽으로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뇨키를 먹다 보니 온 세상이 나에게 성큼 다가온다.

 

이한솔(문과대 중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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