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일주일 간격으로 발행하는 주간지, 그것도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 기자들이 시간을 쥐어짜서 만드는 학보가 기성 언론의 신속 보도를 따라잡는 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학내 사안 보도라면 또 모를까, 사회문제를 다루는 탐사기획 기사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학보사에 있어 시의성은 미덕이지, 필시 지켜야 할 원칙까지는 못 되는 셈이다.

  따라서 이미 3년 전부터 이슈였던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공백 문제를 묶어서 들고나온 편집국의 판단 자체에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대신 늦은 사안을 이제라도 꺼내와야만 했던, 말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던 고대신문만의 이야기를 내놓아야 했다. 그런 점에서 4면 기사는 문제 전체를 다 아울러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쓴 것 같아 아쉽다. 기사에서 다룬 수많은 논점 중에서, 첫 꼭지에 소개한 의대생과 교수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바이털과 기피 현상 하나만 제대로 깊게 파고들어 기사 포맷을 달리했더라면 충분히 성공적이었을 거라고 본다. 노인 빈곤과 연금 문제를 다룬 7면 기사를 비롯한 여타 기획 기사에도 같은 맥락의 지적이 가능하다. ‘학보사여서’ 양해받을 수 있는 부분은 ‘학보사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채워 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획 기사의 정당성은 그래야만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취재부에는, 조금 더 사나워져도 괜찮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1면의 응원단 특별기구 탈퇴 기사를 쓴 기자들은 분명 이 사안의 어떤 지점들이 지탄받아 마땅한지 잘 파악하고 있다. 응원단이 내세운 명분의 빈약함, 전학대회의 자발적인 견제권 포기를 각 꼭지에서 정확하게 짚어냈다. 그런데도 기사의 전체적인 논조는 비교적 맹탕이다. 조금 더 성가신 질문을 던지고 보다 날카롭게 비판했으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예컨대 응원단장에게는 응원단의 특별기구 탈퇴가 총학의 견제나 감사를 회피하기 위함이라는 의혹에 대한 응원단장의 입장을 요구했어야 했다. 전학대회에 참석한 학생 대표자들에게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왜 단 한 건의 반대의견조차 내놓지 않은 것인지 물었어야 했다. 고대신문 기자라면 그 정도 소신은 발휘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날이 부쩍 추워졌다는 건 곧 종강이 다가온다는 뜻이다. 종간은 언제나 종강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끝이 머지않은 여정에 기막힌 기삿거리들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천양우(문과대 사회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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