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 사진부장
김태윤 사진부장

 

  지난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많은 수험생들이 어렵다고 말한 이번 수능에서 육각형 연필을 굴린 사람이 있을까?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의 칭찬이 걸린 시험에서 정말 풀리지 않는 마지막 한 문제를 연필 굴리기로 답안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답이 맞았을 때의 짜릿함은 아직도 잊어버릴 수 없다. ‘운’은 연필 굴리며 얻어걸린 답처럼 어떤 인과관계도 설명할 수 없다. 운은 그저 하늘이 내린 선물일 뿐이지, 개인의 실력이나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며 실력을 쌓을 순 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우연히 찍힌 사진이 마음에 들 때가 있다. 보통 이런 사진은 ‘찍은’ 것이 아니라 ‘찍혔다’고 표현한다. 이런 사진을 볼 때마다 이게 내 실력인지, 그냥 우연히 나온 좋은 사진인지, 아니면 별로인 사진인데도 내 식견이 부족해 사진이 좋아보이는 건지, 많은 생각이 든다.

  1976호 입실렌티 1면 사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입실렌티 막바지, 다들 지쳐갈 때쯤 싸이가 무대에 올라왔다. 온몸이 물에 흠뻑 젖어갔지만 팔을 쭉 뻗어올려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댔다. 그렇게 찍힌 사진은 카메라를 향해 챔피언이라 외치며 주먹 쥔 학생의 모습이었다.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의도하고 찍은 사진이 아니고 우연히 찍힌 사진이었다. 카메라를 보지도 않고 팔을 쭉 뻗고 셔터만 눌렀기 때문이다. 이렇게 얻은 선물 같은 사진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사람의 감정에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음을 배웠다. 우연이 연속해 찾아오면 언제 사라질까 걱정하기보단 즐기기로 했다. 우연히 찍힌 사진이 좋다면 그냥 좋아하면 된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이 선물이 언제 사라질 지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우연을 만끽하려 한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 삶 속 우연의 연속이 일어나길.

 

김태윤 사진부장 orgn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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