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보라는 점에서 지면이라는 공감대가 있지만, 엄연히 다른 대학의 학생인 만큼 타 학보의 지면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고 배우는 것들이 많다. 서울대는 모든 선거나 축제가 얼추 정리됐는데, 고려대는 이제 본격적인 선거와 가을 축제에 접어드는 시점인가보다. 1986호 1면에 실린 기사는 이런 고대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호는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기자단의 노력이 돋보인다. 먼저 청년 금융 문맹 실태를 교육과 정부 지원의 차원에서 여러모로 검증하면서, 인터뷰를 통해 기사로는 포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가정의 영역까지 언급해 보려는 적극성에 박수를 보낸다. 곳곳에 고려대 학생들의 목소리까지 녹여내는 섬세함도 돋보였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를 소재로 사설을 작성한 뒤, 이어지는 면에서 심리학부 교수와의 지금의 청년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를 배치한 전략도 우수했다. 인간관계에서 착각이 가지는 복합적인 측면에 대한 교수의 날카로운 통찰이 어찌나 많은 깨달음을 주던지.

  다만 노동조합(노조)을 다루는 기사가 한 면에 그치는 것은 조금 아쉽다. 노조와는 뗄 수 없는 그들의 구체적인 권리와 파업의 역사, 계속되는 정부의 파업권 침해 문제 등은 특히나 쟁점별로 다뤄볼 지점이 많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노조의 인식에 관해 기사가 대학생까지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포괄하기는 하나, 그 결론은 언론의 책임성에 대한 짧은 지적, 노조의 내부적인 개선 필요 정도로 귀결되고 만다. 노조에도 지면이 더 할애되고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봤다면 독자가 노조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를 넘어선 깊은 고민을 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편집하고 검수하는 내부의 눈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작은 것들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먼저 평소 1면에 비해 1986호의 레이아웃이 유독 단조로운 편에 속하기 때문인지 상단에 있는 딱딱한 지면 가이드에 더욱 눈길이 갔다. 기사에 대한 정보는 충실히 담겨있지만, 정성이 담긴 제목은 아닌 듯하다. 다른 기사도 마찬가지다. 축제 기사들은 그래도 노력을 기울인 티가 나지만 나머지 보도는 모두 ‘MOU 체결’, ‘페스티벌 열려’ 정도의 형식적인 제목들이 대부분이다. 대학사회면에서도 ‘해결책은’, ‘갈 길은’ 외에 더 적합한 차림의 제목이 있었으리라. 늘 알찬 내용들로 독자에게 다가가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신문인 만큼 기사의 매력을 한껏 돋울 수 있는 제목을 위해 조금만 더 시간을 투자해 보면 어떨까.

 

조은성 대학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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