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아 세인트피터스대 교수· 형사사법학
   박형아 세인트피터스대 교수· 형사사법학

 

  우리나라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약 청정국으로 자부하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음을 실감한다. 마약 사범의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고, 50% 이상의 투약 사범들은 그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재범을 저지르고 있다. 마약 투약으로 인한 사망뿐 아니라 마약류 투약 후 살인 폭력 교통 범죄 등의 2차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특히 메트암페타민을 제외한 향정신성의약품과 임시마약류의 밀수가 전체의 50%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10대 마약 사범의 수가 최근 몇 년 사이에 4배, 20대 마약 사범의 수가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50% 이상의 마약 사범들이 재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20대의 마약 사범 증가는 곧 우리나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심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수감자의 80%가 마약 또는 알코올 남용 및 중독자로 조사되었다. 매년 9만명 이상이 마약 남용으로 사망하고 있고, 1999년 이후 현재까지 백만명이 마약 남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펜타닐(Fentanyl)로 알려진 신종 합성 마약으로 인한 사망자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펜타닐의 경우, 기존 마약에 비해 그 제조과정이 간단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특히 극소량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중국으로부터 멕시코를 거쳐 다량으로 수입되는 펜타닐은 처방약, 사탕 등의 형태로 무작위로 뿌려지고 있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중독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마약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마약 정책은 엄중 처벌의 전통적인 방법에서 치료와 재활에 집중하는 예방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마약을 접하지 못하도록 예방 교육에 집중하는 한편(예: Safe and Drug-Free Schools and Communities Act, Project STAR/Student Taught Awareness and Resistance), 학생들을 상대로 한 랜덤 마약 검사(Student Drug-Testing Program) 및 가족들과 함께하는 마약 예방 프로그램(Family Drug Court Program, Parents Drug Corps Program) 등을 시행하고 있다. 마약 사범에 대해서도, 처벌보다는 치료와 재활을 중시(예: DTAP/Drug Alternative-to Prison, LEAD/Law Enforcement Assisted Diversion)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미국은 이제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더 이상 마약의 확산을 막을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더 많은 어린 학생들이 마약에 중독되지 않도록 청소년 마약 예방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이미 마약을 접한 사람들이 중독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처벌보다 더욱 중요하다. 또한, 사회비용도 줄이는 최선책이라는 점을 깨달은 듯하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직 우리나라는 마약 문제가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까지 악화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펜타닐(Fentanyl)과 같은 신종 합성 마약은 기존의 마약과 달리, 생산 과정이 단순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중독성은 기존 마약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 반면 가격이 저렴해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성이 매우 크다. 관련 기관의 단속 및 강력한 처벌 또한 중요하겠지만, 단속과 처벌 위주로의 접근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마약을 경험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경찰, 검찰, 법원, 교정 기관뿐 아니라 가족, 학교 및 교육 전문가, 치료 전문가, 상담 전문가 등 모두가 힘과 지혜를 합쳐 미리 대비해야 할 때이다.

 

박형아 세인트피터스대 교수·형사사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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