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서 기획2부장
최민서 기획2부장

 

  외할아버지는 6.25 전쟁 참전용사셨다. 부상 때문에 한쪽 팔을 못 쓰셨다. 그 바람에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어려웠고, 하루하루를 술에 의존해 보내시다가 일찍 돌아가셨다. 당시까지만 해도 6.25 전쟁 참전용사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외할머니는 8남매를 홀로 키우셨다. 시간이 흐르며 혜택이 하나둘 생겼고, 막내인 엄마가 대학에 다닐 땐 등록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참전명예수당은 적고, 지자체 수당은 제각각이다.

  현재 참전유공자 등록자 중 만 65세 이상인 사람은 국가보훈부로부터 월 39만원의 참전명예수당을 받고 있다. 다음해부터 월 42만원으로 오를 예정이지만, 참전유공자 대부분이 지원금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적은 액수다. 지역마다 다른 지자체 수당도 문제다. 제주도는 만 80세 이상 참전유공자에겐 월 20만원, 만 65~79세 참전유공자에겐 월 9만원씩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지자체가 지급하는 수당 중 가장 액수가 크다. 반면 전라북도는 월 1만원으로 가장 적은 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며, 충청남도와 전라남도는 도 차원 수당이 없다. 광역단체와 별도로 기초지자체가 수당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같은 광역 단위 내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2021년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보훈대상자 가구의 소득 계층별 규모를 추정한 결과 전체의 46.3%인 약 31만명이 중위소득 30% 미만의 빈곤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전유공자의 64.2%는 소득이 ‘전혀 없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단순 참전 자격을 가진 참전유공자의 배우자는 참전유공자가 사망하면 보훈 자격이 승계되지 않아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37명은 지난 9월 참전 명예 수당 지급 대상자가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되면 그 배우자에게 참전 명예 수당을 승계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참전유공자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하기도 했다.

  6.25 전쟁이 일어난 지 73년이 지났고, 대한민국은 고도의 경제 발전을 이뤘다. 1인당 GDP 순위 최하위권이던 우리나라는 이제 경제 규모 상위권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목숨 바쳐 국가를 지킨 참전유공자 중 많은 이들이 가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25 전쟁 참전용사의 평균 연령은 이미 90대를 넘었고, 매년 20%가 사망한다. 이들에게 감사와 보상을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최민서 기획2부장 frog@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