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전달 매체인 신문이 갖춰야 할 특성을 꼽으라면 ‘시의성’이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제작 일정이 매주 금-토로 고정된 학보사는 일간지에 비해 시의성을 챙기기 어렵다. 가령 발행일인 월요일에 발생한 학내 사건은 다음주 월요일이 돼서야 학보사 지면에 담긴다. 학내 소식도 시의성을 갖추기 어려운데, 하물며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어떤가. 최근 보도부 기사를 제외한 연세춘추의 기사들은 방학 때부터 발행 일정을 고정해 둔다. 기사에 자세한 상황 분석과 깊은 문제의식을 담아내기 위해 ‘2주 초고제’를 운영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계획적’이지만 ‘시의성’을 챙길 수는 없다. 앞으로 연세춘추가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고질적인 문제다. 시의성을 챙기는 것은 기사의 유익성과 흥미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신문 1987호는 학보사 사회면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줬다. 4면부터 7면까지 이어지는 사회면에서는 따끈따끈한 국내외 현안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4면에서는 최근 빈대 포비아에 빠진 독자들에게 유익한 ‘빈대 기사’를, 5면에서는 ‘북러 관계와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을 통해 엿보는 대한민국 안보 기사’를, 6~7면에서는 ‘핵전작권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의제들을 살피는 기사’를 배치했다.

  ‘빈대 기사’의 경우 ‘빈대 전문가’ 두 명의 인터뷰가 담겼다. 빈대 개체수 증가 원인부터 유행하는 빈대 종류와 살충제, 개인적국가적 해결 방안까지 흥미롭고 유익한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대학교에는 자취하거나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시의성’과 ‘연관성’을 다 잡은 기사였다. 다만 고려대 소속 교수(전문가)를 인터뷰했다면 고려대 학보사의 특성을 더 잘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도 있었다.

  한반도 안보 관련 기사 두 편 또한 인상적이었다. 본인 일에 집중하기 바쁜 대학 내 독자들에게 ‘안보의 경종’을 울리는 귀중한 기사였다. 5면 기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우리가 직면한 남-북 문제와 절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환기해 줬다. 6~7면 기사에서는 3명의 국가안보 전문가를 인터뷰했는데, 양질의 질문 구성이 인상 깊었다. 북한의 비핵화남한의 핵무기 개발 필요성전작권 환수대북정책 등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여러 중요한 ‘안보 의제’를 묻고, 이를 독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썼다.

  흡연구역과 선거 소식, 사이버 ‘연고전’ 등 학생사회 소식을 전하는 기사도 좋았지만, 이번 1987호는 ‘사회면’ 기사들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시의성과 깊이를 모두 챙기려고 노력하는 고대신문 사회부 기자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최제환 연세춘추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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