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re you doing?” “Have a good one.” 지난 4개월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눈을 마주치면 웃으면서 오늘 하루는 어떤지 묻고, 헤어질 때는 좋은 하루를 보내라는 말이 오간다. 자주 가는 식료품점의 직원들과도, 우버 기사와도, 수업의 친구들이나 적당히 아는 사람들끼리도 마찬가지다.

  개강 첫 주부터 강의실은 쉬는 시간 10분 동안 시끌벅적했다. 모르는 사람이어도 옆자리면 일단 말을 걸고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물어본다. 학기 내내 주말 일화, 전공, 관심사, 꿈 등을 물어보며 친해진 친구들 덕에 강의실에 들어가는 게 기대됐다. ‘오늘은 또 어떤 얘기를 할까?’

  여행 후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스몰톡은 계속됐다. 시작은 옆자리에 앉은 분이 내가 산 초콜릿에 관심을 보이면서부터였다. 30분 동안 그 분의 고향, 성장 과정, 회사, 취미 등을 알게 됐고 링크드인(LinkedIn) 1촌까지 맺었다. 친구들과 간 운동복 매장에서 알바생과 농담을 하다가 우리와 같은 대학의 로스쿨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적도 있다.

  미국에서는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이 명확히 구별된다. 모르는 사이로 스쳐 지나갈 거라면 스칠 때만이라도 따뜻하고 친절한 것이 좋다. 스몰톡 문화와 삭막하지 않은 이곳의 분위기가 신선했다. 한국보다 모르는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덜하고 정감 있다고 느끼기도 했다. 자세한 사정은 캐묻지 않으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상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자세는 배울 만하다.

  한편, ‘이 사람들이 진심으로 서로를 궁금해할까?’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상대의 표정과 말투, 몸짓을 보면 진심이 느껴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렇지 않더라도 친절하게 말을 주고받으면 마음이 전해져 결국은 진심의 온도가 비슷해진다. 귀국 후, 주위 사람들에게 ‘주말엔 잘 지냈어?’라고 묻는 내가 그려진다.

 

박채연(정경대 행정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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