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원 기자
       정혜원 기자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일정 중 김모 씨(남·66)가 휘두른 칼에 의해 목에 1.4cm의 자상을 입었다. 피의자는 이 대표의 지지자로 가장해 사인을 요청하며 접근한 뒤 흉기를 휘둘렀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퇴원했지만,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테러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

  피습 보도가 이어지자 늘 그랬듯 여론은 반으로 갈라졌다. 피의자의 당적과 범행동기, 이 대표의 호송까지 쟁점은 다양했지만 한 가지만은 명확했다. 극단 정치에 대한 자성과 비판보다 극단 정치를 부추기는 목소리가 가득했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이 대표의 ‘헬기 특혜’를 고발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습격범에 대한 부실 수사와 신상 비공개, 축소 보도를 지적했다. 시작부터 정치적이라는 점은 이해하나, 피습이 민주당의 자작극이라는 주장마저 등장하고 있는 현 상황은 논점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경찰은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피습범의 신상과 당적 등을 공개하지 않은 듯하다. 이 역시 외신 보도로 무용해졌지만, 신상 공개가 없어도 김모 씨의 행적과 발언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김모 씨는 “사법부 내 종북세력으로 인해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 대표가 대통령이 돼 나라가 좌파 세력에 넘어가는 것을 저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남기는 말’을 작성했다. 이번 피습은 우발적 범죄가 아닌 정치적 신념에 따른 계획적 범죄다. 자신의 불이익, 혹은 특정 명제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아닌 특정 정치인과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가 범행의 근원적 동기가 됐다. 상대 진영이 우리의 것을 빼앗고 있다는 전제로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인들의 발언과, 이를 과장하는 일부 매체는 정치 자체를 퇴보시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대표에 대한 여론이 어떤지가 아니다. 이 대표의 상처가 열상인지 자상인지도, 헬기 특혜의 위법성 여부도, 범인의 당적과 태극기부대 출신 여부도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를 어떻게 없애야 할지를 논의해야 한다. 반대를 향한, 반대를 위한 폭력이 당연해진다면, 누구도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더 나은 자유민주주의를 고민하는 목소리들로 여론장이 가득 차길 기대해본다.

 

정혜원 기자 hy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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