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권 공과대 교수·전기전자공학부
                                               주병권 공과대 교수·전기전자공학부

 

  1월은 한 해의 시작이다. 한 해는 이렇게 또 시작하고 계절은 무르익어가고 여물고 또 열매와 낙엽을 남긴다. 우리는 뭔가를 계획하고 결심도 하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언젠가 한 해가 저물어가면 뿌듯함과 반성이 함께 온다. 겸허하게 뒤를 돌아보며, 그렇게 시간도 계절도 세월도 흘러간다. 한 해, 두 해 연속으로 이어지는 작금의 한 시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다. 우리의 일상생활로부터 집과 빌딩, 도로와 교통, 에너지, 다양한 탈 것들, 지구 그리고 우주, 심지어 전쟁과 재난 프로그램까지 모든 것들은 지능화되어가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여기저기에 스마트(SMART)란 접두어가 붙고 있다. 스마트 홈을 나서며 스마트 카를 타고 스마트 도로를 지나 스마트 빌딩에 들어서고 스마트한 사물들에 의존하여서 스마트함에 기대어 업무를 본다. 스마트 에너지는 적시 적재적소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스마트 공장은 작업자가 없어도 물건을 만들어낸다. 인간이 평생 도달할 수 없는 먼 곳으로 보낸 우주선들은 우주 공간을 넘나들며 스마트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전쟁이나 범죄까지도 스마트한 무기 체계나 프로그램들이 운영하고 있다.

  한 해가 ‘시간의 흐름’이라면 작금의 한 시대는 ‘데이터의 흐름’이다. 현실 세계(real world)의 데이터들은 센서에 의해 획득 및 수집이 되어 가상 세계(digital world)로 들어가서 반도체에 의해 가공, 저장, 처리되어 전달되고 데이터를 전달받은 사물들은 그 데이터에 따라 현실 세계에서 작동기를 움직인다. 일례로 불꽃이나 열기가 감지되면(데이터의 획득, 센서) 화재 여부를 판단하여 지시를 하고(데이터의 가공과 처리, 반도체), 그 지시에 따라 살수기가 작동되면서(작동기, actuator) 화재를 진압하게 된다. 추운 겨울날의 퇴근 시간, 집은 스마트하게 집주인을 맞이할 채비를 한다. 센서는 온도를 감지하고 반도체는 추위의 정도를 판단하여 적당한 온도를 명령하며 작동기인 히터는 그 명령에 따라 가동을 하게 되고, 어느 이상 가동을 하여 적정 온도를 넘어서면 센서가 감지하고 반도체가 명령하여 히터는 멈추고… 지구상 여기저기에서의 전쟁, 적군의 미사일이 날아오면 센서는 이를 감지하여 전달하고 반도체는 전달받은 데이터를 판단, 적절한 명령을 보내고 이를 통하여 여러 작동기를 통하여 요격과 대피 등 후속 조치가 뒤따르게 된다. 물론 후속 조치 후의 결과도 센서가 감지하고 반도체가 판단하여 또 다른 후속 조치 혹은 상황 종료로 이어지고….

  글의 초입으로 돌아가 본다. 센서는 데이터의 시작이다. 데이터는 이렇게 또 시작하고(센서) 무르익어가고 여물고(반도체) 또 열매와 낙엽을 남긴다(작동기). 센서는 관심이 가는 데이터를 획득하는 소자로, 입력은 모든 신호나 출력은 반드시 전기적 신호이어야 한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데이터는 전기 신호로만 움직이므로. 반도체는 전기 신호로 들어온 데이터를 가공하고 판단하고 처리(명령)까지 행하는 회로를 구성한다. 작동기는 이 명령에 따라 행위를 하는 시스템으로 센서와는 반대로 입력은 전기 신호, 출력은 필요로 하는 모든 영역을 망라한다. 일례로 로봇의 팔, 공장의 제조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화면인 디스플레이도 작동기이다. 디스플레이는 전기 신호를 빛 신호로 변환하며, 우리가 얻고 있는 모든 정보의 70퍼센트 이상이 시각을 통해 얻는 만큼 우리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작동기라 볼 수 있다.

  이 글을 읽어가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두 개의 단어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일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 산업의 역군으로서 삼성과 SK하이닉스, LG 등 유수 기업들의 주력 품목이기도 하며 정권이 바뀌어도 모든 정부에서 강조하는 한국 경제의 효자 종목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여 센서 산업은 아직은 생소하다. 한 해의 시간 흐름의 시작인 1월은 소중한데 한 시대의 데이터 흐름의 시작인 센서는 다소 푸대접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센서의 역사와 전통은 반도체, 디스플레이보다 더 오래되었고 그 중요성은 뿌리 산업만큼이나 깊지만 소량 다품종이라는 점,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이 아직은 미온적이라는 점, 미래 인재들의 시야에서 다소 벗어나고 있다는 점 등이 원인인 듯하다. 데이터 의존 시대를 거닐며 데이터 흐름의 시작을 생각해 볼 일이다. 깊고 푸른 강변을 산책하며 강의 발원지를 생각해 보듯이.

 

주병권 공과대 교수·전기전자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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