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언론인 120여명 모여

경험 공유를 통한 해결책 모색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행사되길”

 

지난 12일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1부에서 발제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황성욱(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오른쪽에서 세번째) 교수가 참여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12일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1부에서 발제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황성욱(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오른쪽에서 세번째) 교수가 참여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 대학언론인 콘퍼런스: 불씨’가 지난 12일과 13일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렸다. 고대신문, 대학알리, 대학언론인 네트워크(대언넷),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서언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의 목표는 ‘대학언론 위기 극복을 위한 해결책 논의’다.

  자리에 모인 전국 전·현직 대학언론인 120여명은 함께 대학언론 위기 극복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임예영 전 고대신문 편집국장은 개회사를 통해 “대학언론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공동의 약속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콘퍼런스의 의의를 밝혔다. 이헌율 고대신문 주간교수는 인사말에서 “대학 언론인은 미래 사회의 기반”이라며 “한국 언론 미래의 주춧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언론이 나아가야 할 길”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윤희각(부산외국어대 만오교양대학) 교수는 한국 대학언론이 편집권 침해에 취약한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대학언론은 수정헌법에 따라 편집 권한과 그 책임을 기자들이 가진다. 발행인도 편집국장(학생)이 맡는다. 미국대학언론협의회를 통해 정보 교류와 함께 한 목소리를 낼 때 힘을 보탠다. 반면 한국 대학언론은 편집권 보호와 책임 모두 분명하지 않고 대학 총장이 대개 발행인을 겸한다. 윤 교수는 대학언론이 제도권 언론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언론도 법적 책임을 지는 것과 동시에 보도와 편집에 대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대학언론이 힘을 모아 관련 법률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라 말했다.

  두 번째 발제는 한혜정 전 서언회 회장과 김규민 대언넷 의장이 맡았다. 그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대학언론의 위기’를 이야기했다. 한혜정 전 회장은 “대학생 공동체 붕괴, 학생들의 무관심 등 모든 위기 요인이 얽혀 있다”며 “대학 언론의 위기라는 프레임에 갇혀 지금 하는 일을 관성적으로 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규민 의장은 지방 대학언론이 처한 위기에 초점을 맞췄다. 김 의장은 “수도권 중심 기성 언론이 저항 전선을 형성해 지역 균형 발전이 좌초되고 있다”며 “이는 지역 대학의 몰락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황성욱(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부산대학교 언론사 위기 극복 사례’ 발표에서 학보사 ‘부대신문’, 영자신문사 ‘효원헤럴드’와 방송국 ‘PUBS’ 통합 과정을 설명했다. 부대신문 기자가 0명이 된 상황에 처하자 황 교수는 각 언론사를 모아 ‘채널PNU’로 재탄생시켰다. “각자도생으론 승산이 없었다”며 “지역 언론 협력과 인턴 기회 확대 등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지니 학생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재영(미디어학부) 교수가 ‘대학언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이야기했다. 박 교수는 “대학언론이 추구해야 할 단 한 가지는 기사를 독자가 읽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독자 중심으로 생각하고 그들과 끊임없이 접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편집권 보호·독자 확보에 주력해야”

  발제에 이어 총 9개로 구성된 라운드테이블 논의가 이어졌다. 각 테이블은 △대학의 예산 삭감 대응 △인력난과 모집 전략 △지방 대학언론의 위기 △내부 조직 운영 △편집권 침해 대응 △독자 소통 및 확보 방안 △법적 이슈 가이드라인 및 대응법 △취재원과의 마찰 및 갈등 해결 방안 △대학언론 비전 설정을 주제로 토론했다.

  강석찬 전 숭대시보 편집장은 편집권 침해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강 전 편집장은 “편집권 문제는 대학본부와 학보사가 가장 많이 충돌하는 부분”이라 운을 띄웠다. 그는 직접 겪은 ‘숭대시보 기자 전원 해임’ 사례를 들어 편집권을 되찾기 위해 시도했던 방안을 언급했다. 그는 “전원 해임이 처음 문제가 됐을 때 교육부에 항의해 학칙 개정이 이뤄졌다”며 제도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숭대시보는 6개월에 걸쳐 해임에 대한 학교 측의 거짓 보도에 대응했다. 외부 기성 언론에 공론화하는 과정에서는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도 포함했다. 그는 “기자 해임 당시 선행 사례가 없어 대응하기 어려웠다”며 “선례를 검토해 편집권 침해에 어떻게 대응할지 평소 고민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명대학보 한현민 기자는 독자 소통 및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신문이 새로 발행됐는데 이전 호가 90%나 남았다”며 “학보사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한 씨는 독자 확보를 위한 방안 모색을 강조했다. 그는 “SNS 계정과 축제 부스 운영 등을 활용해야 한다”며 “독자위원회를 꾸리거나 독자 참여형 사설 기고를 늘려 꾸준히 소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진희 전 홍대신문 편집국장은 “미션을 세우고 해결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피드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80년대와 현재의 미션이 같다면 학보사는 발전하지 못한 것”이라 전했다.

  2일 차 열린 대학언론인 콘텐츠 기획 공모전에서는 '스튜디오 벅벅’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팀원 문채연(전북대 문헌정보학19) 씨는 “‘스펙쌓기 프로젝트’는 스펙을 돈 주고 사는 프로그램이 현실성이 있는지 알아보려 만든 기획안”이라며 “팀원 모두 언론계에 종사하려는 만큼 상 받은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차종관 콘퍼런스 사무국장은 “대학 언론 위기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직접 확인해 감동했다”며 “이 자리에서 느낀 바를 잘 간직해달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김세준 한국체육대학보 조교는 “이번 콘퍼런스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선순환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글 | 하수민·유승민·주가윤 기자 press@

사진 | 하동근 기자 hdng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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