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연구실 위주로 개편

대형 강의실 부족 우려도

학생회, 과방 이전 계획에 반발

 

  고려대 정경관이 6월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돌입한다. 해당 예산은 고려대 건축 관련 기부금으로 조성되고 있다. 필요 예산 규모는 100억원이다. 3월부터 5월까지 지붕 공사가 진행되고, 종강 이후인 6월 말 내부 리모델링을 시작해 여름방학 내 공사를 완료한다. 학생 자치공간도 이전 혹은 내부 시설 개선 등 공사를 거친다. 그러나 정경대 학생 대표자들은 학교 측이 리모델링 계획을 공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학생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강의실 줄여 연구·세미나실 확충

  지난달 13일 발표된 정경관 리모델링 계획안에 따르면 주요 공사 내용은 △연구실 확충 △스마트 강의실 조성 △전체 인테리어 개선 △세미나실 설치다. 리모델링은 강의실을 줄이고 교수·대학원생 연구실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번 공사로 정경관 5층 강의실과 6층 대학원생 연구실이 교수 연구실로 바뀌고, 대학원생 연구실은 2층 강의실을 철거한 위치로 확장 이전된다. 정경대는 교수 연구실이 부족해 교양관과 청산MK문화관 내 공간을 사용해야 했지만 공사 후 정경관 교수 연구실은 71개에서 9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 연구실에서도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된다. 내부 리모델링이 진행되는 여름방학 중 교수와 직원, 학생은 모두 정경관을 사용할 수 없다. 정경대학행정실은 “교수 연구실은 수요를 조사해 SK미래관에 대체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며 “필요 공간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리모델링 후 정경관 일반 강의 공간은 대형 강의실 2곳과 강당 1곳만 남을 예정이다. 건축팀은 “화상 회의와 국제 콘퍼런스 개최를 위한 스마트 강의실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반 강의를 위한 공간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2층 대학원생 합동토론실과 정치외교학과 행정실, 6층 최고대학원 행정실이 세미나실로 바뀌며 노후화된 2층 로비도 공사를 거친다. 비가 올 때마다 물이 샜던 지붕은 3월부터 전체 철거를 시작해 5월까지 재시공한다.

 

  “학생 의견 무시한 계획안”

  학생 대표자들은 리모델링 계획 수립과정에서의 불통을 지적하고 있다. 정경대 학생회는 지난 12월 학생 의견을 모아 행정실에 전달했지만, 계획안은 학생들에게 공유되지 않았다. 김대원 전 정경대 비상대책위원장은 “개선 방향에 대한 간략한 정리본을 받았을 뿐”이라며 “이번 계획안은 입찰 공고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전했다. 이수영 정치외교학과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번에 발표된 계획안은 사전에 고지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경대학행정실도 이번 계획안이 학생회에 아직 전달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 밝혔다.

  대형 강의가 많은 정경대 특성상 강의실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예원(정경대 경제23) 씨는 “지금도 정경관 내 대형 강의실이 부족해 대강당에서 수업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며 “자리가 부족해 서서 수업을 듣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이수영 비대위장은 “강의 공간에 대해 학우들이 꾸준히 개선을 요구해 왔다”며 “SK미래관 3~5층도 강의실이 부족한 상황이라 학생들의 교육권이 보장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경대학행정실은 “강의실 수를 계산하고 리모델링을 진행하기에 정경관과 SK미래관 강의실이 부족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방 이전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계획안에 따르면 정경대 4개 학과는 116호 컴퓨터실과 117호 열람실로 이전된다. 이수영 비대위장은 “1층 스터디라운지와 유리방, 2층 정경관 라운지를 제외하면 상시 이용 가능한 학습공간이 없다”며 “학생들이 시험기간에 자주 찾는 컴퓨터실을 없애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말했다. 김대원 전 비대위장은 “잘 활용하지 않는 124호 라커룸을 자치 공간으로 바꾸기를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경대학행정실은 세부 설계가 나온 뒤 과방 위치는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리모델링 이후에도 과방 공간이 협소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16호 컴퓨터실과 117호 열람실은 크기가 같은 4개의 과방으로 나눠진다. 계획대로면 현재 면적이 가장 작은 정치외교학과 과방만 규모가 커진다. 정경대 다른 학과 대비 인원이 많은 경제학과는 공간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리모델링이 달갑지 않다. 김관희(정경대 경제22) 씨는 “지금 경제학과 과방은 10명 정도면 가득 찬다”며 “각 학과의 인원을 고려하여 과방의 규모가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원 전 비대위장도 “학생회는 지속적으로 과방 확장을 요구해 왔다”며 “확장 없는 평준화는 사실상 의미 없는 과방 이전”이라고 지적했다.

 

경제학과는 타 정경대 학과보다 인원이 많음에도 통계·행정학과와 같은 크기의 과방을 쓰고 있다. 사진은 경제학과 과방이 위치한 정경관 121호.
경제학과는 타 정경대 학과보다 인원이 많음에도 통계·행정학과와 같은 크기의 과방을 쓰고 있다. 사진은 경제학과 과방이 위치한 정경관 121호.

 

  계획안에 따르면 정경관 내부 시설 퇴거 작업은 6월 중순께 완료된다. 착공까지 3개월 가량 남았음에도 아직 과방 대체 공간 논의는 시작되지 않았다. 이수영 비대위장은 “학교 측에서 대체 공간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이는 학생 자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대원 전 비대위장도 “SK미래관은 교양교육원 관할이라 정경대 학생들이 자치 공간 용도로 대관할 수 없다”며 “대체 공간을 마련해야 리모델링을 납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경대학행정실은 세부 설계 완료 후 과방과 동아리방 대체 공간을 논의할 계획이다.

 

글·사진 | 조인우 기자 join@

 

* 바로잡습니다.

  위 기사에서 ‘정경대학행정실에 따르면 리모델링은 정경대 자체 기금으로 전액 충당’을 ‘해당 예산은 고려대 건축 관련 기부금으로 조성되고 있다’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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