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 이후 법후(법학관 후문)에는 침묵이 짙게 깔린다. 바쁜 학기를 마무리하고 그 이후를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지만, ‘지루함’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매일 같은 일정, 비슷한 식사와 예측 가능한 삶을 지속하다 보면 내일을 기대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체감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법후라는 공간의 단조로움이었다. 매일 점심마다 오른손 하나로 셈할 수 있는 법후 음식점의 종류를 생각할 때, 지루함과 더불어 허무함마저 덤으로 받곤 했다. 변화를 찾고 싶었다. 곧바로 종암동과 제기동의 구석구석을 산책했고, 정릉천 근처를 돌아보던 중 ‘늘보라멘’이 눈에 들어왔다. 만년필로 그린 것 같은 정갈한 가게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 육중한 나무 문을 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마당이다. 일식집 한가운데에 뻔뻔하게 자리한 한국식 마당. 음식점 내부 공간의 직선과 맞닿아 정적인 이미지를 한층 더한다. 마당 가장자리의 처마처럼 생긴 지붕을 따라 걷다 보면 ‘늘보라멘’의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 전날 면을 먹었지만, 이곳의 돈코츠라멘은 질리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간장에 졸인 반숙란의 단맛과 돈코츠에서 적당히 느껴지는 불향은 라멘의 육수와 어우러지며 매번 새로운 음식을 먹는 듯한 경험을 준다. 면과 고명을 거의 다 먹었다면 죽순을 통해 다음 젓가락을 새롭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함께 주문할 수 있는 카레는 양파의 단맛과 고기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음식을 다 먹고 나면 다른 메뉴를 즐기는 손님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이 나폴리탄을, 야끼교자를 먹는 모습을 보며 다음 방문을 기약한다. 자연스레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이곳의 또 다른 장점이다. 식당 근처에 아파트 단지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고대생들로 가득 찬 식당과는 달리,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 방문하며 여러 대화로 공간을 채워 나간다. 자연스레 평소와는 다른 생각과 기분으로 하루의 나머지를 보낼 수 있다.

  음식부터 사람까지, ‘늘보라멘’의 기분 좋은 낯섦은 단조로운 일상에 지쳐 있던 마음을 새롭게 하는 데 충분했다. 법후의 단조로운 모습에 지칠 때 이곳을 찾아 삶에 조금의 변주를 주는 것은 어떨까?

 

정인하(자전 경영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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