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학생일 뿐, 신문과 언론에 빠삭한 베테랑 기자는 아니다. 그러나 고대신문 기자들과 데스크의 노고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1989호를 읽고 다른 언론에서 종종 발견되는 부족한 점이 고대신문에는 없다고 느꼈다. 취재원을 익명으로 섭외하지 않았고, 상반되는 의견을 골고루 담았으며, 알찬 취재 과정이 돋보이는 등 이번 호는 신문에 필요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고대신문 1989호는 우리가 고려대학교 학생이기에, 그리고 대한민국의 청년이기에 더더욱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 봐야 하는 주제들로 구석구석 채운 신문이었다.

  먼저 제54대 서울총학 선거 연장투표 무산과 인문관 착공 지연 문제를 1면에서 다룬 건 고대생 사이에서 호기심을 일으킬 주제였기에 적절한 선택이었다. 서울총학 선거 기사에서는 중선관위원들 간 엇갈리는 의견을 폭넓게 보도해 ‘“참정권 제한” vs “중대한 문제 아냐”’라는 기사 제목에 충실했다. 다만 해당 주제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까지 제시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코로나19 이전 선거 투표율 보고에 그치지 않고, 선거 전후 변화를 논의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일반 학생들의 견해까지 다뤘다면 어땠을까. 학생 자치에 대한 무관심처럼 본질적인 내용을 발굴하지 않았기에 기사가 다소 피상적으로 다가왔다. 인문관 착공 지연으로 학생들이 느끼는 불편에 대해서도 독자로서는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사회면의 자립준비청년 이야기는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기사는 공적 영역의 입법조사관과 사적 영역의 자립준비청년 커뮤니티 대표의 의견을 다룬 뒤, 문제 진단, 해결 방법으로 풀어가는 흐름이었다. 이런 서술 방식을 택한 것은 문제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도울뿐더러,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을 모두 조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탁월했다. 지면 중앙의 인포그래픽도 사안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사람들 면에 실린 탈북민 교우 인터뷰에서도 중심인물 자체뿐만 아니라 탈북민이란 정체성을 잘 풀어냈다. 이로써 본교 학생이 굳이 고대신문을 선택해 읽어야 하는 이유를 입증해 냈다.

  ‘수직의 롯데타워에 수평의 한남동을’ 기사에서는 마천루 개발과 성공·실패 메커니즘, 공공 논리까지 폭넓게 다뤘다. 대학 통폐합 기사 또한 그렇다. 하지만 대학과 얽힌 문제를 다루는 만큼 학생의 목소리가 실리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발 벗고 취재를 나섰다기보다는 전문가 견해에만 주력한 경향이 강했다. 주간지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하지만 다음에는 이런 점들을 재고해 학생과 더 가까운 고대신문이 됐으면 좋겠다.

 

정해인 The Granite Tower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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