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13일 EU가 조건부 승인해 기업결합 필수심사 대상국 14개 중 미국의 승인만을 남겨두게 됐다. 합병에 대해 고려대 학생들의 의견을 물었다.


초대형 항공사 탄생은 우리 모두가 반겨야 할 일 - 이송하(정경대 정외21)

  최근 대한항공이 추진 중인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이 화제다. 2020년 11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기업결합에 필수적인 국내외 당국의 심사와 최종 승인을 받는 데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 2월 EU 집행위원회(EC)에서 대한항공의 합병에 대한 조건부 승인이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 유럽 4개 노선의 운수권 및 슬롯을 타 항공사에 이관하는 것이 주요 조건이다. 조건부 승인이지만 이로써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필요한 14개국 중 미국의 승인만이 남게 됐다. 대한항공이 EC가 제시한 조건을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미국의 승인까지 얻어낸다면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에 대한 인수가 시작된다. 인수가 완료되면 2년간 분리 운영 및 통합 준비를 거친 뒤, 통합된 대한항공이 출범한다. 근 30여년간 이어져 온 국적기 양강 체제가 끝나고, 매출 20조원에 230여대의 여객기를 가진 여객 수송 실적 세계 10위권의 ‘메가 캐리어’가 출범하는 것이다.

  메가 캐리어의 등장은 국내 항공운송 산업의 생태계 안정 및 국익 증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LCC에 비해 두 대형 항공사는 기본적으로 사업 운영의 탄력성이 떨어진다. 더불어 서로에 대한 견제까지 이뤄지다 보니 출혈을 감수하고 고육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이휘영(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두 FSC를 하나로 정리해 트렁크 라인과 중장거리 노선에 집중하게끔 하고, LCC는 피더라인을 공략하게끔 한다면 소모성 경쟁을 피할 수 있을뿐더러 항공시장의 효율적 재편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일각에선 통합 항공사의 등장이 항공시장 독과점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합병 승인을 얻는 과정에서 상당수의 슬롯을 반납하며 타 항공사들에도 틈새시장 공략의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의 핵심 사업인 화물사업을 분리해 타사에 매각하기로 하는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이 아시아나항공 내부 의결에도 성공하며 독과점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된 상태다. 대한항공의 합병은 항공주 전반에 대한 장기적 호재이기도 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항공사들은 과거 호황기의 두 배에 달하는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과도하게 저평가되고 있다. 메가 캐리어의 등장은 대한항공 주가에 하방 압력을 가하던 합병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동시에, EC의 승인 조건이었던 유럽 노선 이관의 수혜 기업인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등 타 항공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의 대변화, 그러나 모두가 환영할 일인가? - 이승연(경영대 경영21)

  오랜 세월 국내 항공업계의 양대 산맥이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불러올 것임이 분명하다. 지난 2020년 11월 한국산업은행의 양사 통합 발표 이후 2021년 기업결합을 신고했고, 그간 시장 경쟁의 제한을 우려했던 EU의 조건부 승인이 이뤄지면서 미국의 심사 통과만을 앞둔 상황이다. 양사의 합병에 관해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경제적 효율성 증대를 기대하고 있으나, 해당 합병이 이면에 지닌 부정적인 영향력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합병,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같이 특정 시장을 거머쥐고 있는 기업들의 합병은 시장 독점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이러한 시장 독점은 서비스 질 저하와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으로 이어지는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합병으로 인해 고용 축소의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는 점 또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두 항공사의 합병은 중복되는 업무의 축소, 조직의 개편을 이유로 일자리 축소를 유발할 것이며, 대형 항공사인 만큼 그 영향은 항공업계의 일자리 안정성에도 위협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핵심 문제 중 하나였던 화물사업의 매각 문제도 주목할 만하다. 대한항공은 화물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 매각 시에도 큰 손실이 없을 수 있으나,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그간 화물 부문이 주요 사업에 속했기에 화물 부문 매각 시 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큰 메리트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격이 아닌가 싶다. 화물 운송 사업뿐만 아니라 주요 도시 노선 포기까지 필요로 하는 본 합병은 어쩌면 합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합병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의 크기가 더 커지는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목표로 하는 해당 합병의 의의가 다소 퇴색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결론적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가져올 수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범주를 넓혀 소비자와 직원들을 고려했을 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단순한 이익 계산을 넘어, 사회 전반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공의 이익을 고려하는 자세를 함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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