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서강대 교수ㆍ정치외교학과
김종철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과

 

  국내외적으로 부의 불평등이 심각해졌다. 극심한 불평등은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야기할 뿐 아니라, 국내외 분쟁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불평등과 분쟁의 관계를 연구한 월터 샤이델(Walter Scheidel, 1966~)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인류가 이렇게 심각한 불평등을 해소했던 방식은 대규모 전쟁, 급진적 혁명, 국가 실패, 치명적인 전염병 등의 폭력적인 사건이었다. 1900년대 초의 심각한 불평등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2500~5000만 명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 그리고 공산 혁명 등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1900년대 초만큼 불평등이 악화되고 있는 바로 지금, 우리 인류는 다시 국내외 분쟁과 갈등의 시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불평등을 평화롭게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을 긴급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 짧은 글에서나마 불평등의 원인을 진단하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세 가지 제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근대적 윤리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1790) 등 근대 지식인들은 각 개인이 이기적으로 행동해도 (보이지 않는 손 등의 작용으로) 궁극적으로는 공동체가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다는 이단적인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각 구성원이 다른 이들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윤리적 태도 없이는 현재의 심각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둘째는 부채 사회에 대한 반성과 개혁이 필요하다. 근대 이전에는 상업 부채와 소비 부채를 구분해서 다뤘다. 예를 들어 서구에서는 전자를 투자(investment)로, 후자는 유저리(usury)로 구분했다. 전근대 사회에서는 상업 부채의 경우 상업을 육성하기 위해 채권자를 보호했지만, 소비 부채의 경우 약자인 채무자를 보호해 불평등을 막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근대사회는 두 부채의 구분을 없애면서 불평등을 양상해 왔다. 더구나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은 사회 구성원을 채무자로 만드는 방식으로 화폐를 경제에 공급하는데, 그 결과 국가와 개인 모두의 채무와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해왔다. 이런 부채 사회에서는 세상이 위협으로 가득하다고 느끼고, 인간 관계조차 비용과 편익으로만 계산하게 되는 채무자의 심리가 팽배하게 된다. 이러한 공포심과 냉철한 계산심리가 인간관계를 격심한 경쟁과 보복으로 변질시켜왔다.

  셋째는 구성원 각자에게 기본적인 자산을 배분해 주는 제도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황금기로 불리는 2차대전 이후 1970년대 말까지의 시기에는, 정부가 고율의 소득세와 재산세를 걷어들여 재분배하는 세금제도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했다. 그러나 고율의 세금제도, 특히 고율의 재산세는 커다란 세금저항에 직면했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자 쉽게 무너졌다. 이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세금을 통한 불평등 해소는 장기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 대안으로 필자는 기본자산제를 제안해 왔다. 상속권을 폐지하고 자산가가 죽기 직전에 자기 자녀 일인당 10억씩 세금 없이 상속해 주고, 나머지는 다른 젊은이들에게 1억씩 기본자산으로 주어 이들이 생산적으로 활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하는 기본소득제는 고율의 세금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는 세금저항으로 실행도 어려울 뿐 아니라 실행되더라도 단명한 자본주의 황금기처럼 정부 신뢰가 흔들리면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기본자산제는 일단 사회가 실행에 합의하면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 제도가 자산을 직접 배분할 자산가들의 심리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의 간섭과 세금을 매우 싫어하는 자산가들의 심리에 맞게 정부가 기본자산의 분배에 개입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러한 분배는 자산가의 생애주기 중 부의 축적에 대한 관심이 가장 적을 때, 즉 죽음에 직면했을 때 이뤄진다. 부유층은 보통 은퇴나 죽음이 다가올 때 자선 기부에 관심을 돌린다. 또한 부유층에게 직접 기본자산의 수혜자를 선택할 수 있는 명예가 있기 때문에 재산세에 대한 저항만큼 기본자산제도에 대한 저항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외의 불평등이 갈수록 팽배해지는 현 시점에서, 인류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학생들이 문명적 대안을 가장 먼저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에 보탬이 되고자 필자의 생각을 먼저 내놓아 보았다.

 

김종철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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