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문화·장애 고려해야

번역가의 작가적 역량 중요해

AI로 작업 효율 향상 기대

 

장민진 아이유노 디렉터.
장민진 아이유노 디렉터.

 

  AI가 더빙과 자막 번역 등 영상콘텐츠 영역에도 침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와 디지털 기반의 미래 미디어 계획’을 발표해 AI를 활용해 미디어콘텐츠의 수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OTT 기반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며 콘텐츠를 각국에 맞춰 현지화하는 작업이 중요해졌다.

  아이유노SDI미디어그룹(아이유노)은 미디어콘텐츠 현지화 사업의 선두주자다. 넷플릭스와 계약해 세계 67개 지사를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에 언어 더빙, 오디오 해설 서비스, 콘텐츠 품질 관리와 기술·보안 관리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지사를 총괄하고 있는 장민진 아이유노 디렉터는 “AI의 발전과 상관없이 중요한 건 콘텐츠의 재미”라며 완전한 영상 감상을 위해 번역이 갖는 역할을 이야기했다.

 

  - 번역·더빙에서 AI 기술은 어떻게 활용되나

  “간단한 수준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건 스피치 투 텍스트(Speech-to-Text) 같은 음성인식 텍스트 변환 프로그램이에요. 그 외 부분에선 단계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요. 아이유노에선 자체 AI 엔진을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지 시험 중이에요. 시각장애인용 화면해설의 경우, 성우가 녹음한 해설을 다른 사운드와 믹스하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AI 보이스를 도입해 제작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 좋겠죠. 하지만 아직 기술들이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충족하진 못하는 수준입니다. 최근 입 모양까지 바꿔 주는 인공지능 영상 더빙 프로그램이 나왔지만, 전문적으로 쓸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자막 번역에선 더욱 일상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저흰 기계번역을 성능 좋은 전자사전으로 이해하고 있어요. 필요한 경우 번역가의 품을 줄여 주기 위해 AI 초벌 번역문을 제공해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수와 편집이 필수여서 처음부터 사람이 작업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어요.”

 

  - 콘텐츠 현지화를 위해 고려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건 ‘재미’예요. 사람마다 재미에 대한 기준은 다르지만, 저희는 시청자가 감상을 방해받지 않아야 영상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몰입할 수 있으려면 우선 스토리라인의 정확한 이해가 가능해야 합니다. 언어가 다르다고 영상의 이해도가 달라져선 안 돼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기러기’, ‘토마토’, ‘별똥별’ 같은 단어의 대칭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영우라는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영상을 감상하게 됩니다. 외국인도 이 언어유희를 이해할 수 있어야 온전한 감상이 가능하죠.

  다른 몰입 방해 요소는 문화적 불편함입니다. 특정 문화권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면 영상 처리팀에서 바꾸거나 지우고 있습니다. 물론 영상에서 그것이 어떤 장치로 기능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욱일기는 한국 문화권에서 시청자들에게 반감을 줄 수 있기에 필요하다면 바꾸는 것이 좋겠지만, 시대극에 등장한다면 그대로 둬야겠죠. 또 장애가 콘텐츠 감상에 어려움을 줘선 안 됩니다. 시각장애인용 화면해설과 청각장애인용 자막 또한 아이유노의 콘텐츠 현지화 작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입니다.

  자막 번역 자체에도 고려할 부분이 많습니다. 언어마다 발화 길이와 표기한 문자의 길이 간 차이가 나는 부분도 신경 써야 해요. 한국어는 자막이 발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이탈리아어나 프랑스어는 발화량에 비해 표기해야 하는 문자량이 많습니다. 이 경우 대사를 간결하게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죠.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달라지며 생긴 변화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영화관이나 TV 스크린 등 큰 화면으로 영상콘텐츠를 보다 보니 자막이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짧게 대사를 번역하는 일이 중요했어요. 최근엔 핸드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해 작은 화면으로 감상하는 방식이 일상화돼 자막 길이가 옛날만큼 중요하지 않아요. 문화권마다 다른 식자율과 번역 방식 등을 고려해 작업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넷플릭스 영어 자막.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넷플릭스 영어 자막.

 

  - AI 발달이 업계에 부를 변화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자막 번역가가 대체되기보단 작업 효율 향상에 도움이 될 겁니다. AI 번역은 이미 작업 효율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빠르고 질 좋은 번역작업을 할 수 있다면 어떤 과정으로 번역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계획에도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번역가를 쉽게 구하기 어려운 언어의 경우 *AI 허브를 활용해 초벌 자막 번역과 더빙을 진행한 후 현지에서 보급 방법을 세우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AI 허브: 정부에서 미디어콘텐츠 수출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AI 통합 플랫폼.

 

글|나윤서 기자 nays@

사진제공|장민진 디렉터

이미지출처|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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