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474명 사직 동의

의과대 교수의회 2차 성명 발표

“사직 전까지 최선 다할 것”

 

고려대 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사진은 안암병원 대기실.
고려대 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사진은 안암병원 대기실.

 

  전공의에 이어 고려대 의료원 교수들도 사직서를 제출한다. 지난 20일 고려대 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임춘학 교수)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가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고려대 의료원 소속 전임교수와 임상교수 790명 중 설문 응답자는 583명(73.8%)이며 그중 사직서 제출에 동의한 사람은 474명(81.3%)이다. 사직서 수리까지는 약 4주가 소요된다. 임춘학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직서 제출은 현 상황이 해결되길 바라는 최후의 카드”라며 “사직서 수리 전까지 의료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말했다. 진료 시간도 주 52시간 수준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발표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에 따르면 고려대에 배정된 증원분은 0명이지만,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의회(의장=조윤정 교수)는 사직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조윤정 의장은 “어느 대학에 몇 명을 배정했는지는 중요치 않다”며 “증원이 정말 필요하다면 시설 및 교원 여건을 먼저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증원에 따라 시설 확충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 의장은 “고려대 제1의학관 리노베이션에도 예산 250억원과 4년이 투자됐다”며 “당장 내년부터 늘어날 학생을 수용할 건물을 새로 만들 시간과 예산이 부족할 것”이라 주장했다. 

  한편 의과대학 교수의회는 지난 18일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하는 2차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 포함된 요구는 △의료 현안의 정치적 악용 금지 △보건복지부 장관 및 제2차관 사퇴 △의사단체와의 협의체 구성이다. 교수의회는 성명서에서 ‘의료 사태 5주차에 접어들며 사직하기 전에 순직할 지경’이라며 ‘일방적인 행정조치와 압박, 매도로 일관하는 보건복지부의 행태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 비판했다.

  임춘학 비대위장은 의료 체계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직 결정은 비단 증원 때문만이 아닌 빈약한 의료 정책과 체계 때문”이라며 “의료 전달 체계를 무시한 정부 정책으로 대학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게 문제”라 말했다. 필수과 인력 부족 문제도 의료 정책 개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비대위장은 “필연적으로 생기는 의료 사고에 대한 소송으로부터 의사를 보호하지 않으니 아무도 필수과에 지원하려 하지 않는다”며 “영국에서 의료진 대상 소송이 1년에 한두 건인 데에 비해 한국은 700건이 넘는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전공의가 떠난 고대병원에서 환자의 곁을 지켜왔으나 심각한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 조윤정 의장은 “전공의들과 함께 서던 당직을 전담하는 중”이라며 “정부와 전공의는 현 상황이 6개월 정도 지속할 거라 예상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1~2개월이나 견딜 수 있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임춘학 비대위장은 “환자의 생명보다 의사 면허를 중시한다는 말은 거짓 명제”라며 “환자의 생명을 중요시하기에 업무 과중에도 응급·중환자의 곁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주가윤 기자 gogumakr28@

사진|고대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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