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혁 기획1부장
 장우혁 기획1부장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는 개조 인간들이 사는 미래 세계를 그린 SF물이다. 목에 USB 단자가 달려 있어 칩을 삽입하면 손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주인공 데이비드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남자는 ‘쿵푸 칩’을 목에 넣자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쿵푸 동작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몸에 기계를 이식하는 사람도 많다. 데이비드는 척추를 적출한 후 군용 기계 장치인 ‘산데비스탄’을 이식했고, 마치 시간을 멈춘 것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주인공의 동료들도 팔에 총을 이식하거나 손이나 입에 기계를 박아넣었다.

  한 친구는 줄거리를 듣고 “이런 효율적인 세상이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효율적인 신체 대신 효율적인 기계를 이식해 사이보그가 되고 싶다고. 아침에 일어날 때도 정해진 시간에 몸에 이식한 기계가 자동으로 몸을 일으켜 주면 좋지 않겠냐며 웃었다. 난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식한 기계가 원래 몸보다 강력할 수는 있다. ‘칩’처럼 아무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니 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설령 그런 세상이 와도 내 몸에는 절대 기계를 이식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얻은 것에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복싱을 몇 년간 해왔다. 힘든 운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루하루 자신의 한계를 깨고 더 나은 자신이 됐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줄넘기와 쉐도우복싱을 하고 샌드백을 때리는 루틴은 단순하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든다. 

  단지 무언가를 잘한다는 사실보다 사소한 것이라도 얻기 위해 들인 과정이 중요하다. 노력해 본 경험과 그 과정에서 얻은 성취감은 결과물의 가치를 소중하게 만든다. 모든 과정을 기계가 대신해 준다면 내가 아니라 기계가 얻어낸 결과다. 성취감이 사라지면 삶의 동력과 의지가 사라지고 스스로 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둘 없어진다. 기계로 몸을 대체한다는 것은 결국 자유의지의 거세다.

  작중에선 몸에 기계를 너무 많이 이식하면 ‘사이버 사이코’가 돼 사람들을 학살하는 괴물로 변한다. 사이버 사이코는 기계를 너무 많이 이식한 부작용으로 자신과 기계를 점차 동일시하고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기계를 몸에 이식하길 멈추지 않는다. 기계가 떠먹여 주는 것 말고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사이버 사이코다.

 

장우혁 기획1부장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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