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서 만난 친구와 ‘건강’을 팔다

일회성 아닌 지속가능 브랜딩 추구

“학교 위상 높이는 기업가 되고파”

 

안상원 대표는 “샐러드용 상추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를 찾지 못해 자체적으로 농장과 공장을 차렸다”고 말했다.
안상원 대표는 “샐러드용 상추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를 찾지 못해 자체적으로 농장과 공장을 차렸다”고 말했다.

 

  “망한 사회인보단 망한 대학생이 낫잖아요.” 안상원(경영학과 08학번) 샐러디 대표는 고려대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2013년 창업한 샐러디는 이제 샐러드 프랜차이즈 1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회사는 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성장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조직 문화는 뭘까’와 같은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어요.”

 

  사업가의 자질 ‘도전’

  고려대 재학 시절 안상원 대표는 남들이 피하는 일에 먼저 도전장을 내밀었다. “‘힘든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가짐에 1학년 때 응원단 기수부로 활동했어요. 군대가 그렇게 힘들다는데, 한번 연습 삼아 경험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했거든요.” 전역 후엔 고려대·연세대 연합 창업학회에 들어갔다. 사업가였던 아버지 덕에 생긴 창업이란 꿈에 한발 다가서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자기 사업을 하는 게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자유를 준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주셨어요. 창업에 관한 책들을 아버지 어깨너머로 읽으며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됐죠.”

  창업학회에서의 경험은 그의 창업 인생에 자양분이 됐다. “학회에서 처음으로 창업 경험을 해 봤어요.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생각의 폭을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팀장으로서 팀을 꾸리고 이끌어 본 것, 사업계획서를 써 본 것, 광고 수주를 위해 영업을 뛴 것 등등 실전에 부딪히는 작업이 전부 의미 있었어요.” 스타트업 인턴 경험도 창업의 현실을 마주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학회에 강연하러 오셨던 VC(벤처캐피털) 종사자분께 ‘창업을 하고 싶은데 당장 가진 기술이 없다, 바로 창업을 하는 것과 일을 배워 보는 것 중 무엇을 추천하시냐’고 물었어요. 스타트업에서 일해볼 것을 권하시더라고요. 그 회사 창업자보다 네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으면 한번 해보라면서요.” 두 달의 인턴 경험은 창업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졌다.

 

  0부터 쌓아 올린 샐러디

  안상원 대표는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사업을 시작했다. “일종의 보험이었던 거죠. 망해도 우린 여전히 학생이니까. 지금도 창업은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빨리 겪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단 걸 깨달았거든요.” 그는 학회에서 만난 이건호 대표와 동업하기로 했다. “저는 꼼꼼함과 세심함에 강점이 있는데 이건호 대표는 저보다 더 과감하고 도전적인 편이에요.” 그러나 창업에 대한 가치관은 서로 같았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돈이나 명예처럼 확실한 성취를 좇는 분들이 많아요. 반면 이건호 대표와 저는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었어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공유했거든요.” 흔들릴 때마다 동업자의 존재가 위안이 됐다. “전 후배들에게 동업을 권해요. 젊은 나이에 창업하면 경험도 지식도 부족하잖아요. 그런 부분을 혼자 감당하긴 쉽지 않거든요. 어릴수록 팀워크를 발현하는 게 쉬워요. 가능하면 마음이 맞는 사람과 같이 시작하는 게 청년 창업에서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에요.” 동업에서 으레 발생하는 의사결정의 어려움은 시간을 거치며 해결책을 찾았다. “결정해야 할 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려 하다 보니 뾰족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어요. 이제는 10년째 같이 일을 하다 보니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동반 창업을 결심한 후 선택한 아이템은 샐러드였다. 당시만 해도 샐러드를 사 먹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샐러드 시장의 잠재성을 믿었다. “미국의 트렌드가 거의 10년 뒤에 한국에 넘어온다고 봤어요. 창업 당시 미국, 일본 등지에선 이미 샐러드가 유망한 사업이었거든요. 샐러드 시장이 조만간 한국에서 무조건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 섰어요.” 샐러드로 아이템을 정한 후엔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정량과 정성 데이터를 함께 저울질했죠. 통계 자료만 조사한 건 아녜요. 지인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면서 사람들이 샐러드를 사서 먹어보고 느낀 점까지 분석했어요.” 조사 끝에 ‘건강한 패스트푸드점’이라는 창업 목표가 나왔다. 목표를 세운 뒤 맥도날드, 써브웨이 등 대중화된 패스트푸드점도 유심히 살폈다.

 

  매출 넘어 ‘브랜드’를 고민하다

  건강한 패스트푸드점을 목표로 차린 샐러디 1호점에선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창업 초기에는 주문 방식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어요. 해외 사례를 많이 참고해서 손님이 샐러드 볼부터 토핑, 드레싱까지 직접 고르는 커스터마이징 방식을 채택했는데, 고객들이 너무 어려워하더라고요.” 샐러드에 들어갈 식재료를 마련하는 일도 어려웠다. 식재료 공급 업체들도 샐러드라는 아이템을 생소하게 여겼다. “우리나라는 양상추 위주로 샐러드를 소비해 왔고, 보통 식사보단 간식으로 먹었기 때문에 샐러드를 위한 고급 채소에 대한 수요가 없었어요. 유러피안 상추처럼 샐러드에 적합한 채소들이 있는데, 그땐 그걸 구하기가 어려웠죠.”

  문제를 파악한 안상원 대표는 직접 농장과 공장을 차려 해결했다. “종자 재배부터 가공, 유통까지의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다행히 수직계열화가 정착돼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오고 있어요.” 주문 방식과 메뉴판도 뜯어고쳤다. “저와 이건호 대표가 생각하는 최적의 조합으로 8가지 정도 메뉴를 만들고, 이름도 ‘닭가슴살 샐러드’처럼 단순하게 갔어요. 맥도날드에 가면 빅맥을 시키듯이 샐러디에선 ‘닭가슴살 샐러드’를 시킬 수 있게 한 거죠. 그게 한국 사람들한텐 훨씬 편했던 것 같아요. 그때를 기점으로 매출도 많이 오르고 신규 고객 유입도 늘었어요.” 

  안상원 대표는 샐러디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일회성 마케팅이 아닌 ‘브랜딩’에 심혈을 기울였다. “마케팅에 돈을 쓰는 건 아깝다고 봐요. 브랜딩을 훌륭히 해냈을 때 홍보 효과가 동반되죠.” 브랜딩에도 진심을 담으려 노력했다. “친환경 캠페인 진행 전에 회사 내부의 친환경 정책부터 갈고 닦았어요. 직원들을 대상으로 분리수거 방식이나 폐기물 줄이는 법을 교육하고 실천하게 했죠. 그런 노력을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알리진 않았어요. 그냥 ‘우리 이렇게 하고 있어’라는 사실을 담백하게 전달한 거죠.” 단발적인 이목 집중보단 꾸준한 관심을 목표했다. “친환경 캠페인을 마케팅 수단으로만 생각했다면 일회성에 그쳤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마케팅에 투자하기보다는 더 좋은 품질의 메뉴를 개발하는 등 고객에게 직접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데 신경쓰고 싶어요.”

 

  “정체 없이 성장하는 기업 만들 것”

  창업 목표였던 ‘건강’은 또 다른 기회도 창출했다. “초기엔 계절에 맞는 식재료를 먼저 고른 뒤 신메뉴 개발에 들어갔는데, 요즘은 다른 업체에서 좋은 제안이 오면 그 식재료에서 메뉴를 더 발전시키기도 해요.” 샐러디는 지난해 겨울 스팸과 협업해 2개의 시즌 한정 신메뉴를 선보였다. “샐러디라는 브랜드가 식품업체들로서는 좋은 마케팅 콘텐츠인 것 같아요. 전국에 매장이 있는 프랜차이즈 중 몇 안 되게 ‘건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잖아요.”

  안상원 대표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샐러디는 지난 10년간 누적 매장 수 350점을 돌파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안 대표는 소비층을 계속 확대하려 한다. 현재 주 소비층인 2030 여성을 넘어 3040 남성까지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중장년층이라든지 고등학생처럼 기존에 샐러드를 잘 먹지 않던 고객층을 유입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샐러드 외에 포케나 샌드위치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안 대표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기존의 2030 여성 고객층이 타 브랜드로 떠나더라도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면 총고객 수는 증가하잖아요. 또 대중화에는 포케나 샌드위치 브랜드보다 샐러디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자영업자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은 안상원 대표에게 많은 고민을 안긴다.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맹 사업에 대해 항상 말이 많잖아요. 본사와 점주 간 갈등 같은 거요. 처음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 보고 싶었어요. 근데 한계가 분명히 있더라고요. 결심이 무색하게 기존의 시스템을 답습하고 있는 부분도 있어요. 아직은 문제를 풀어가는 중이죠.” 안 대표는 현실에 안주하기보단 앞으로도 성장을 거듭하고 싶다며 결의를 다졌다. “‘과거에 조금 더 공격적인 시도를 해봤다면 여기까지 오는 시간이 조금 더 단축됐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천천히 차근차근 밟아와서 이렇게 탄탄하게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가’ 싶기도 하고요. 아직 여전히 성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서, 의식적으로 계속 성장을 위한 새로운 과제를 찾으려 하고 있어요.”

  학교를 떠난 지 10여 년이 지나 어엿한 사업가가 됐지만, 안상원 대표는 고려대가 자신의 정체성에 한 축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제가 선배들이 쌓은 노력의 혜택을 받은 것처럼 저도 고대의 위상을 드높이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고려대 졸업생이기 때문에 받는 혜택들이 있었거든요. 고대의 후광효과를 제가 받는 거죠. 거래처와 면담을 하다가 어린 나이에 창업했다고 하면 놀라시다가도 고대생이라고 하면 납득하시더라고요.” 그렇기에 그는 고려대 캠퍼스 안에 샐러디 가맹점을 내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쉽다고 말한다. “연세대엔 캠퍼스 안에 샐러디가 입점해 있어요. 이에 질세라 고려대 중앙광장 지하에도 하나 내려고 했는데, 옆옆살이길에 고대안암점이 생겼더라고요. 아쉽지만 만족해요.”

 

글 | 김민서 기자 mindo@

사진 | 김준희 기자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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