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극복하려 정치적 수단 악용”

계엄령 선포 후 원-달러 환율 급등

수습 위해선 탄핵이 급선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끝났다. 국회가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을 빠르게 의결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의 지속 시간은 6시간에 불과했지만, 같은 시간 외환 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급락했다. ‘삼권분립을 무력화하려 했다’는 계엄의 위법성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계엄이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은 정치·경제·언론 등 사회 각계에서 부정적 작용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선포 과정·내용 모두 위헌

  전문가들은 이번 비상계엄이 사전에 기획됐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박상수(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문 제1호(이하 ‘포고문’)’는 내용의 구체성으로 보아 단기간에 작성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는다. 지난 8월 김병주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발탁한 것을 두고 “비상계엄령 선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9월 “국회의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해 계엄령 선포와 동시에 의원들을 체포·구금한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월 인사청문회 땐 “군에서 계엄을 따르겠냐”며 “계엄은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것인 만큼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여론을 잠재웠지만, 지난 4일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당사자임을 시인했다. 박 교수는 “이번 사태가 장기간에 걸쳐 면밀히 계획된 *친위 쿠데타인지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 공천 개입 의혹, 지지율 하락 등 대통령 자신을 둘러싼 정치 의혹이 불거진 것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배경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각종 논란을 해명하는 대신 비상계엄령을 선포해 정권을 유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김희강(정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헌법 제77조 제1항에 따르면 비상계엄령은 통상적인 행정력으로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국가 비상사태에만 발동할 수 있다”며 “이번 비상계엄령 선포는 수세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국가안보를 이용한 것”이라 비판했다.

  비상계엄령 선언 직후 발표된 계엄사령부의 포고문이 헌법에 반한다는 주장도 있다. 포고문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집회·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함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음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태업·집회행위를 금함이 포함돼 있다. 이상원(미디어학부) 교수는 “모든 종류의 정치·언론 활동을 금한다는 계엄의 내용은 언론·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언론의 진실 추구와 정당한 의혹 제기를 통제하는 현 정부의 행태는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했다.

 

  신용 하락·정치 양극화 우려돼

  국회의 발 빠른 대처로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비상계엄이 사회 전반에 불러온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령 선포 후 야간 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1446원을 기록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이후 15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기록한 것이다. 박상수 교수는 “비상계엄령 선포는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시장에 드러낸 것”이라며 “당분간 하락한 국가 신용도의 복구는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대외 신용도 하락으로 인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강민욱(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의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불안한 나라의 물건을 살 필요가 없다”며 “정치적 안정을 되찾아 국제 사회에서 기존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 경제를 복구하는 최선의 길”이라 진단했다.

  정치 양극화로 사회 혼란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야권이 지난 4일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만큼 탄핵 절차가 지나친 정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민욱 교수는 “정치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양극화”라며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국회의원들이 민생과 관련된 당면 과제보다 정쟁에 함몰되게 된다”고 했다. 이상원 교수는 “탄핵 이후를 대비해 정권 비판·차기 대권주자 지지 등의 의도를 가진 보도가 뒤따를 수 있다”며 “정치적 판단을 내릴 때 단편적 보도에 의존하기보다 종합된 정보에 기초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수습만큼이나 책임자 처벌 등 재발 방지에 집중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원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술에 취해 실수한 것 같다’는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사태의 주범들을 처벌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당면 과제는 탄핵”이라고 했다. 김남규(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일방적 권력 확장을 위한 친위 쿠데타”라며 “절차에 따라 탄핵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친위 쿠데타: 정치 지도자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강화하려는 목적으로 행하는 쿠데타의 한 형태.

 

김민서 기자 mi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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