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속에서 중국에 대한 혐오 정서가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 중국과 관련된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기사일지라도 ‘짱깨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거나 ‘너 화교지?’라는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격화된 고려대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초대 주석 마오쩌둥의 사진을 우스꽝스럽게 편집한 피켓과 함께 ‘중국인은 죽어도 된다’는 과격한 구호가 외쳐지기도 했다. 

  더 자세히 들여본다면 이들이 비난하는 대상이 정말 중국인인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너 중국인이지’ 하는 삿대질 끝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내란죄를 비판하며 탄핵을 촉구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이 정말 중국인이어서 인종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나라와 ‘중국인’이란 정체성을 하나의 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혐중 정서에 불씨를 지핀 건 윤석열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이 주장한 ‘중국 선거 개입설’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측 대리인 차기환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 종합 변론에서 “선관위가 친중 성향을 드러냈고 중국인을 투·개표 사무원으로 채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며 노골적으로 혐중 정서를 드러냈다. 다이빙(戴兵) 주한중국대사가 “중국이 한국 선거에 개입했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지만, 대통령 측이 주장한 음모론으로 인해 불붙은 혐중 정서는 ‘화교가 사라지면 집값이 내리고 일자리가 생긴다’는 말도 안 되는 여론 공세로 이어졌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 원수가 이웃 국가에 대해 노골적인 혐오 정서를 드러내 행태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다. 자신의 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혐오를 양산하는 졸렬한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혐중 정서를 조장해 탄핵을 무마하려는 얄팍한 꼼수를 멈추고 부끄러움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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