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되며 탄핵 찬반 집회가 격화되는 가운데 폭력 시위 조짐이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다. 양 집회 참가자 간 폭언이 오가는 모습은 일상이 됐고 크고 작은 물리적 충돌이 매일 벌어진다. 윤 대통령 체포와 검찰 수사에 불만을 품은 극렬 지지자가 분신 소동을 벌여 사망하는 일도 있었으며 지난 2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극우 세력이 던진 날달걀에 맞기도 했다.
격화되는 분위기에 폭력 시위를 방지하고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집회·시위나 공권력에 도전하는 행위에 대해선 관용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할 것”이라 경고했다. 선고 당일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벌어질 충돌을 대비하기 위해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리도 “필요하다면 삼단봉이나 캡사이신도 현장 지휘관 판단 하에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후 대응을 엄중히 할 것이라 말하는 경고성 발표들은 사전 예방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경찰의 경고에 ‘보수 청년’을 표방하는 한 오픈채팅방에서는 “경찰에 대응하기 위해 비비탄 총을 구비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완강한 진압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폭력을 폭력으로 막으려는 시도는 결국 더 큰 폭력을 부르기 마련이다.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집회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며 국민의 분노는 커질 대로 커졌다. 언제 어디서 대규모 폭력 사태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분노가 폭력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폭력 사태가 일어난다면 폭력 사태를 주도한 개개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나 폭력 사태를 방지하는 데엔 정부의 책임도 있다. 선고 당일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폭력 시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심혈을 기울여 예방책을 제시하라.
